[그림이 있는 아침] 에곤 실레 '가족'
오스트리아의 대표적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1890~1918)는 1918년 10월28일 임신 6개월이던 28세의 아내(에디트)를 독감으로 잃고, 사흘 뒤 자신도 유행성 감기로 세상을 떠난 비운의 작가다.

그의 1918년작 ‘가족’은 아기가 곧 태어날 것을 가정해 단란한 자신의 가족을 그린 걸작이다. 실레는 자신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아내 에디트와 아이를 보호하듯 감싸며 부성의 면모를 드러낸다. 밝게 빛나는 부부의 몸과 이불을 덮은 아이의 머리가 어두운 배경과 극한 대조를 이룬다. 자신에게서 아내를 거쳐 아이에 이르면서 점차 둥글어지는 구도를 활용했다.

그러나 시선의 방향을 제각기 달리해 동적이고 희망적인 분위기를 다소 누그러뜨렸다. 새로운 탄생에 대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실레는 결코 그 기쁨을 맛보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을 암시하는 듯하다. 곧 닥쳐올 불행을 감지했는지 인간의 육체를 왜곡되고 뒤틀린 형태로 거칠게 묘사한 이전의 작품들과는 달라 보인다. 말하자면 극단적인 불안감이 연민 또는 애수로 대체됐다고 할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