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맨 오른쪽)이 지난 8일 열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건의를 위한 합동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맨 오른쪽)이 지난 8일 열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건의를 위한 합동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한국은 서비스산업을 하기에 최고의 조건을 가졌지만 수년째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한국무역협회, 서비스산업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촉구를 위한 합동 간담회’에서 나온 김인호 무역협회장의 지적이다. 이날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21개 서비스 관련 협회 및 단체가 참석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촉구를 위한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김 회장은 “올 상반기 서비스 무역수지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사상 최대인 15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며 “이 상황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일부 조항에 대한 견해 차이로 발의와 폐기, 재발의를 거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서비스산업 육성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 및 일자리 창출을 추구한다는 취지에서 2011년 정부가 발의한 법안이다. 하지만 보건의료 부문의 영리화 가능성과 이로 인한 공공성 훼손 논란으로 지난 18대 국회부터 폐기와 재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김 회장은 공동 건의문을 통해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 개선과 유망 서비스업종에 대한 지원 근거를 담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하루빨리 국회에서 통과돼야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수립이 가능해진다”며 “일부 조항에 쟁점이 있다면 합의 가능한 부분을 먼저 통과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제조업 위주의 무역협회와 서비스산업 관련 협회·단체가 합동으로 특정 법안에 대해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배경에는 선진국들은 다양한 서비스산업 육성 정책을 앞다퉈 시행하고 있는데 한국만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독일은 ‘스마트 서비스 월드 2025’, 일본은 ‘신(新)서비스산업 정책’, 중국은 ‘인터넷 플러스 전략’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부가가치 창출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10년간 60% 미만으로 정체돼 있다. 서비스산업의 노동 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국내 제조업과 비교해도 절반을 밑도는 45% 수준이다.

김 회장은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가 곧 경제 회생과 일자리 창출의 지름길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는 “한계에 봉착한 국내 기업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서비스산업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것이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산업이다. 김 회장은 “서울은 반경 2000㎞ 내에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만 147개에 달한다”며 “서비스산업을 하기에 최고의 입지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도심 내 마이스산업이 성장하면 물건이나 서비스를 내다파는 ‘아웃 바운드(outbound)’ 중심 수출에서 외국인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인바운드(inbound)’로 수출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또 서비스산업이 일자리 창출의 핵심 역할도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세계적 의료 클러스터인 ‘텍사스 메디컬센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텍사스 메디컬센터는 직·간접적으로 20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가 접근하기 쉬운 인천공항 인근에 정부 주도의 대규모 의료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면 이와 비슷한 규모의 일자리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중경 서비스산업총연합회 회장도 “진료를 받기 위해 한국을 찾는 중동 환자들은 대개 가족 단위로 방문한다”며 “문화 관광 통역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해 수출 산업화가 가능해지면서 자연스레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