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청년 과학자가 신축성이 뛰어난 고무반도체 소자와 센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전자 소자가 사람 피부처럼 늘어나기 때문에 압력과 온도를 감지하는 인공피부를 비롯해 로봇손에 덧씌우는 전자피부, 수술용 스마트 장갑 등 광범위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휴스턴대 김해진 연구원(32)과 쿤지안 유 교수 연구진은 실리콘 고무의 일종인 폴리디메틸실록산(PDMS)과 전극 소재를 이용해 사람 피부처럼 잡아당기면 늘어나는 고무 트랜지스터와 센서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8일자에 발표했다.

사람 피부를 대체하거나 로봇팔에 사용하는 전자피부에는 온도와 압력 등을 감지하기 위해 트랜지스터, 센서 같은 소자가 들어간다. 기존의 전자피부에 들어가는 소자는 딱딱한 금속성 전극을 사용하다 보니 피부를 늘어나게 하기 위해 신축성 있는 스프링 같은 별도 장치를 집어넣어야 했다.

연구진은 피부처럼 잘 늘어나는 고무 소재에 지름이 수십 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분의 1m)인 금나노 유기 반도체 나노선을 넣어 전기가 통하면서도 늘어나는 반도체 특성을 지니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전자피부가 늘어나고 줄어들 때 변화를 가늠하는 변형센서와 압력센서, 온도센서도 함께 제작했다. 트랜지스터에서 절연체만 빼면 간단히 센서가 되는 구조다.

무엇보다 이들 고무반도체 소자는 사람 피부보다 신축성이 뛰어나다. 사람 피부는 평소의 1.3배까지 늘어나지만 이 고무반도체는 1.5배까지 늘어난다. 두께도 250㎛(1㎛=1000분의 1㎜)로, 머리카락 굵기의 두세 배에 불과하다. 손가락이 움직이는 로봇팔에 덧씌우기만 해도 인간의 팔처럼 온도와 압력 등을 느끼는 인공팔을 제작할 수 있다.

연구진은 실제 로봇손에 고무반도체로 만든 변형센서를 달아 수화 동작을 인식하는 데 성공했다. 온도 센서를 로봇손가락에 붙여 물컵을 잡을 때 뜨거운지, 차가운지 온도도 감지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김 연구원은 지난해 연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으로 건너가 휴스턴대 기계공학과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연구에는 재료공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심교승 연구원도 참여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선 가로 세로 각각 1㎝에 트랜지스터와 센서를 구현했다”며 “집적도를 높인 트랜지스터 회로 기술과 다양한 센서 기술을 확보하면 사람에 가까운 전자피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