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미개최 이유 관심…'수소탄 성공 축하연'으로 대체 가능성

북한이 이번 정권수립 기념일에 주요 기념일마다 열어오던 중앙보고대회를 건너뛰어 배경이 주목된다.

10일 오후 현재 정권수립일 기념 중앙보고대회가 열렸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다.

관행대로라면 당일인 9일이나 하루 전인 8일 중앙보고대회가 열리고 곧이어 관련 보도가 나왔어야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행사 자체가 열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정권 들어 정권수립일에 중앙보고대회가 열리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정권을 잡은 뒤 정권수립일 중앙보고대회에 참석한 적은 없지만 해마다 주요 간부들이 총출동해 북한의 대내외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더구나 정권수립일이 노동당창건일(10월 10일)이나 인민군창군절(4월 25일) 등과 더불어 북한의 대표 국경절이라 중앙보고대회의 '실종'은 더욱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수소탄 시험 성공 축하연회'로 대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김 위원장이 참석한 축하연회 개최 보도는 10일 오전 나왔다.

북한의 보도 관행에 따르면 정권수립일인 전날 연회가 열렸을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중앙보고대회를 '수소탄 축하연회'로 대체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상당히 이례적이고 앞으로도 기념일마다 매번 중앙보고대회를 열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중앙보고대회를 열면 내부 결속을 위해서라도 미국을 자극하는 노골적인 발언을 피할 수 없는 만큼 북한이 '호흡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당장 11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표결을 추진 중이고 중국과 러시아가 '링'에서 뛰고 있는 만큼 북한은 미국을 건드리는 걸 피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7월 31일 통화하면서 북한의 정권수립일 기념식을 폭격하겠다고 말했다는 신빙성이 확인되지 않은 일본 주간지 슈칸겐다이(週刊現代)의 지난달 10일 보도가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중앙보고대회 말고도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린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낮다는 평가다.

정권수립일마다 있었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보도도 이번에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 궁전에서 6차 핵실험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이날 보도로 미뤄볼 때 참배는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