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재배치' 논란확산… 북핵 극약처방 vs 한반도 긴장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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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NBC "트럼프 행정부 전술핵 재배치 검토"…송영무 국방장관 발언도 주목
'공포의 균형'으로 평화 유지 가능성…한반도 핵전쟁·중러 반발 위험도 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6차 핵실험 등으로 사실상 핵·미사일 개발 완성 단계에 들어감에 따라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 주장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특히 미국 NBC 뉴스가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과 국방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대한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대북 군사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해 관심을 모은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한국의 요청이 있으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NBC에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극적 경고(dramatic warning) 차원에서 전술핵 재배치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7월 두 차례에 걸친 ICBM급 '화성-14형'의 성공적인 발사로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보여준 데 이어 지난 3일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력이 큰 6차 핵실험을 감행한 만큼, 이번 NBC 보도는 크게 주목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관해 "정부 정책과 다르지만, 북핵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한미 양국 정부 내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는 조짐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국내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만 전술핵 재배치가 거론되던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전술핵 재배치론이 최근 확산하는 것은 북한 핵·미사일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직결돼 있다.
북한은 지난 7월 두 차례의 ICBM급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보여줬고 지난달 29일에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정상 각도로 쏴 실전운용 능력을 과시했다.
미국 본토가 사실상 북한의 핵공격 사정권에 들어간 것이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에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력을 제공할 것이냐는 의문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전술핵 재배치론은 북한의 핵공격 위협에 노출된 한국이 유사시 미국 확장억제력의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들여놓음으로써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위협하는 것 자체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의지를 조금도 보이지 않는 만큼, 핵에는 핵으로 '공포의 균형'을 이뤄 평화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술핵무기는 주요 도시를 파괴하는 전략핵무기에 비해 위력이 작은 핵무기로, 주로 적의 군사적 역량을 파괴하는 데 쓰인다.
작고 가벼워 미사일 장착용 탄두뿐 아니라 포탄, 지뢰, 어뢰 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은 냉전 시대인 1950년대 후반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해 냉전 체제가 무너진 1991년 모두 철수했다.
1960년대 후반에는 한국에 배치된 미국 전술핵무기가 950여기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일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에는 지금도 전술핵무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전술핵무기는 미국 소유이지만, 유사시 동맹국도 일부 사용 권한을 가진다.
이에 따라 동맹국은 자국 항공기로 미국 전술핵무기를 투하하는 훈련을 하기도 한다.
미국이 보유한 대표적인 전술핵무기로는 'B-61' 계열 핵탄두가 꼽힌다.
미국은 냉전 종식과 함께 전술핵무기 대부분을 폐기했지만, B-61을 비롯한 일부는 유럽 등에 유지하며 성능개량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전술핵 재배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술핵 철수를 북한 비핵화의 카드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극약 처방'이라는 주장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핵·미사일 기술 완성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는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지만, 수반하는 위험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될 수 있다.
남북한이 서로 핵무기를 겨눈 상황에서 극히 우발적인 사고도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도 전술핵 재배치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한다면 이는 실제 배치를 위한 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압박을 끌어내기 위한 카드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 결의 표결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온 데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10일 "미국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한반도 정책 옵션을 검토할 때 전술핵 재배치도 검토했을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이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
'공포의 균형'으로 평화 유지 가능성…한반도 핵전쟁·중러 반발 위험도 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6차 핵실험 등으로 사실상 핵·미사일 개발 완성 단계에 들어감에 따라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 주장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특히 미국 NBC 뉴스가 지난 8일(현지시간) 백악관과 국방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대한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대북 군사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해 관심을 모은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한국의 요청이 있으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NBC에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극적 경고(dramatic warning) 차원에서 전술핵 재배치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7월 두 차례에 걸친 ICBM급 '화성-14형'의 성공적인 발사로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보여준 데 이어 지난 3일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력이 큰 6차 핵실험을 감행한 만큼, 이번 NBC 보도는 크게 주목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관해 "정부 정책과 다르지만, 북핵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한미 양국 정부 내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는 조짐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국내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만 전술핵 재배치가 거론되던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전술핵 재배치론이 최근 확산하는 것은 북한 핵·미사일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직결돼 있다.
북한은 지난 7월 두 차례의 ICBM급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해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보여줬고 지난달 29일에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정상 각도로 쏴 실전운용 능력을 과시했다.
미국 본토가 사실상 북한의 핵공격 사정권에 들어간 것이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에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력을 제공할 것이냐는 의문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전술핵 재배치론은 북한의 핵공격 위협에 노출된 한국이 유사시 미국 확장억제력의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들여놓음으로써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위협하는 것 자체를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의지를 조금도 보이지 않는 만큼, 핵에는 핵으로 '공포의 균형'을 이뤄 평화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술핵무기는 주요 도시를 파괴하는 전략핵무기에 비해 위력이 작은 핵무기로, 주로 적의 군사적 역량을 파괴하는 데 쓰인다.
작고 가벼워 미사일 장착용 탄두뿐 아니라 포탄, 지뢰, 어뢰 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은 냉전 시대인 1950년대 후반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해 냉전 체제가 무너진 1991년 모두 철수했다.
1960년대 후반에는 한국에 배치된 미국 전술핵무기가 950여기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일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에는 지금도 전술핵무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전술핵무기는 미국 소유이지만, 유사시 동맹국도 일부 사용 권한을 가진다.
이에 따라 동맹국은 자국 항공기로 미국 전술핵무기를 투하하는 훈련을 하기도 한다.
미국이 보유한 대표적인 전술핵무기로는 'B-61' 계열 핵탄두가 꼽힌다.
미국은 냉전 종식과 함께 전술핵무기 대부분을 폐기했지만, B-61을 비롯한 일부는 유럽 등에 유지하며 성능개량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전술핵 재배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술핵 철수를 북한 비핵화의 카드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극약 처방'이라는 주장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핵·미사일 기술 완성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는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지만, 수반하는 위험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될 수 있다.
남북한이 서로 핵무기를 겨눈 상황에서 극히 우발적인 사고도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도 전술핵 재배치에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한다면 이는 실제 배치를 위한 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압박을 끌어내기 위한 카드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 결의 표결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온 데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10일 "미국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한반도 정책 옵션을 검토할 때 전술핵 재배치도 검토했을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이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