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개국·7개 국제기구 규탄 동참…아세안도 "엄중우려"

지난 3일의 6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멕시코 정부가 7일(현지시간) 북한의 핵실험과 잇단 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한 항의 표시로 자국 주재 김형길 북한 대사를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PNG)로 지정하고 72시간 이내에 떠날 것을 명령한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외교관계 강등 또는 단절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사초치에 추방까지… 6차 핵실험후 북한 외교고립 심화
소식통에 따르면 이미 다른 국가에서도 멕시코와 유사한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국, 덴마크 등 서방국가뿐 아니라 북한의 혈맹인 중국까지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초치해 핵실험에 항의했고, 각 국가 및 국제기구의 규탄 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아세안 10개 회원국 외교장관들도 7일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제6차 핵실험에 엄중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런 국제사회 동향에 대해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7일 서울안보대화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급속한 고도화로 야기되는 북한 위협에 대한 인식 수준은 전례 없이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까지 68개국 및 7개 국제기구가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는 전 세계 흐름에 동참했다"고 소개했다.

국제 규범인 유엔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무시한 북한의 핵실험과 연쇄 탄도 미사일 발사, 한·미·일 등을 위협하는 북한의 언행에 맞선 국제사회의 외교적 대북 압박은 안보리 결의 이행 차원과 미국 주도의 이니셔티브 등 크게 2개의 트랙에서 이뤄지고 있다.

작년 1월 단행된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채택된 안보리 결의 2270호는 북한의 외교관이나 정부 대표가 유엔 제재를 회피하거나 위반한 경우, 유엔 회원국은 외교특권을 적용하지 않고 반드시 추방하도록 했다.

또 작년 9월의 5차 핵실험에 대해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21호는 안보리에 의해 취해지는 예방조치, 강제조치의 대상이 되는 회원국에 대해 총회가 안보리의 권고에 따라 회원국의 권리와 특권의 행사를 정지시킬 수 있음을 상기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규범을 상습 위반하면 유엔 회원국의 권리와 특권을 정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데 대해 주위를 환기시킨 것이었다.

더불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력을 활용, 자국과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북한과의 외교관계 조정을 요구해왔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칠레·브라질·멕시코·페루 등 중남미 4개국에 북한과의 외교·통상 관계를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했고, 미 국무부 요인이 북한 각료가 참가하는 유일한 아시아지역 다자안보회의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개최(8월 7일, 마닐라)를 앞두고 북한의 ARF 회원 자격 박탈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미국 주도의 '북한 외교 고립' 드라이브는 이달 중순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를 계기로 정점을 찍게 될 전망이다.

만약 그 전에 6차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 제재 결의가 채택된다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움직임에 우리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주목된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작년 유엔 총회때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에 문제를 공식 제기한 바 있지만 '대화와 제재 병행'을 강조하는 현 정부는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문제에 관해서는 크게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