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수차·차벽 시위현장서 퇴출
앞으로 집회시위 현장에서 살수차와 차벽이 사라진다. 집회시위 신고부터 종료까지 전반에 걸쳐 경찰력 행사가 엄격하게 제한되고 헌법상 명시된 자유가 보장된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집회·시위 자유보장 권고안’과 세부지침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공권력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권고안에 따르면 그동안 논란이 된 살수차는 원칙적으로 현장에 배치하지 않는다. 소요 사태나 국가중요시설을 직접 공격할 때만 예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살수차를 쓸 경우 최대 수압은 기존 15bar에서 13bar로 낮춰졌다. 살수 전 경고방송도 최소 3회로 규정했다. 살수차 사용을 허가하는 명령권자는 지방청장, 서장 또는 위임자에서 지방경찰청장으로 규정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최루액 혼합살수는 금지됐다.

차벽도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집회 참가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거나 과격 폭력행위를 제지할 수 없는 경우에만 쓸 수 있다. 차벽을 설치할 경우 시민들이 다닐 수 있도록 50m마다 한 곳 이상의 통행로를 설치해야 한다.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던 채증요건은 집회현장에서 과격한 폭력행위가 임박했거나 행해진 경우에만 할 수 있다. 촬영한 채증자료는 필요 없어지면 곧바로 파기한다.

또 온라인으로도 집회시위를 신고할 수 있도록 절차를 완화했다. 개혁위 관계자는 “집회시위는 통제·관리 대상이 아니라 헌법에 기초한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인권경찰로 거듭나기 위한 선결 과제이기 때문에 모든 권고사항을 수용한다”고 답했다.

평화시위를 위해서는 집회 당사자의 의식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권력만 통제해서는 복잡한 현장에서 일어나는 불상사를 다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약화된 공권력이 참사를 막지 못할 경우 더 큰 피해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