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실리콘밸리 혁신, V·O·I·C·E에서 나온다
구글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혁신적 성과를 낼 수 있었던 핵심 요인으로 ‘조직 문화’를 꼽는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토론하는 사내 카페테리아의 이미지가 이들 조직 문화를 대변한다. 한국 기업들은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화두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실리콘밸리 기업의 조직 문화를 배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20명이 실리콘밸리 기업의 조직 문화를 깊이 들여다보고 공통된 특징을 정리한 책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어떻게 일할까?》를 냈다. 이들은 혁신기업으로 자주 꼽히는 실리콘밸리 기업 29곳을 선정, 이들의 조직 문화를 심층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을 성공으로 이끈 조직 문화의 열쇳말로 ‘비전(VISION)’ ‘오너십(OWNERSHIP)’ ‘아이디어와 새로운 시도(IDEA&TRIAL)’ ‘협력(COLLABORATION)’ ‘효율성(EFFICIENCY)’ 등 다섯 가지를 뽑아냈다.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들은 스스로 ‘비전’을 통해 움직이는 회사임을 강조한다. 단순명료하고 원대한 비전을 수립하고 직원들이 이를 위해 일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그러면 창업자와 투자자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들도 회사를 자신이 이끌어간다는 ‘오너십 마인드’를 갖게 된다. 이 덕분에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이 관료주의를 벗어나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이들 기업은 직원의 실패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거나 다그치지 않는다. ‘아이디어와 새로운 시도’가 넘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직원들을 경쟁에만 내모는 것도 아니다.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무 공간을 분리하지 않고 동료 평가와 상호 학습 등 다양한 제도도 도입했다. 업무 ‘효율성’을 위해 불필요한 보고를 남발시키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자율과 책임을 부여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한다. 교과서처럼 원리나 원칙에 치우치기보다 살아 숨 쉬는 기업 사례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