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앵그리버드 살려 낸 카티 레보란타 로비오엔터테인먼트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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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만한 사업구조 단칼에 정리
‘게임 퍼스트’ 내세워 핵심사업에 집중
앵그리버드2 성공 이끌며 기업공개 추진
‘게임 퍼스트’ 내세워 핵심사업에 집중
앵그리버드2 성공 이끌며 기업공개 추진
전 세계 모바일게임 이용자 21억 명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임은 뭘까. 아마도 가장 많은 다운로드 횟수(37억 회)를 기록하고 있는 ‘앵그리버드’일 것이다.
앵그리버드는 2009년 핀란드 게임개발사 로비오엔터테인먼트가 만들었다.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2011년 이후 클래시오브클랜(슈퍼셀), 캔디크러쉬사가(킹디지털) 등 쟁쟁한 경쟁 게임이 등장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로비오는 사업다각화로 활로를 모색했지만 실적 반등엔 실패했다.
◆디즈니식 엔터테인먼트사 지향했지만
고전하던 로비오는 2015년 말 취임한 지 1년도 안 된 페카 란탈라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하고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흔들리는 앵그리버드를 다시 세우는 역할을 맡은 것은 카티 레보란타 CEO였다. 변호사 출신인 레보란타 CEO는 2012년 로비오에 합류해 최고법률책임자(CLO)를 맡았다. 이전엔 노키아와 노키아지멘스네트워크에서 사내 법률 문제를 담당했다. 법률가 출신 CEO로서 목표 설정과 결단이 명확한 것이 장점이 됐다.
레보란타 CEO의 취임 일성은 ‘게임 퍼스트’였다. 여러 사업에 흩어져 있던 역량을 다시 핵심 사업인 게임으로 집중하는 전략이었다.
로비오는 앵그리버드 이후 뚜렷한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사업다각화로 눈길을 돌렸다. 게임에 머물지 않고 디즈니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도약하려는 구상이었다. 3D 영화 앵그리버드 제작에 나섰으며 레고와 함께 장난감도 개발했다. 테마파크 건설도 추진했다. 하지만 게임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다른 사업으로 지출이 늘자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게임 퍼스트 전략의 성공
레보란타 CEO의 게임 퍼스트 전략의 시작은 인원 감축이었다. 직원 30%를 감원했으며, 최고브랜드책임자(CBO)와 최고운영책임자(COO) 같은 임원 자리도 없앴다. 전체 직원은 500명 수준으로 줄었다. 로비오는 노키아의 몰락 이후 실직자들을 많이 영입하면서 노키아식 대기업 운영시스템을 도입한 측면이 있었다. 이에 비핵심 사업과 관리자급 인력을 대폭 축소해 비용을 줄인 것이다.
조직은 게임과 미디어·라이선싱 두 개로 분리했다. 게임 사업은 빌헬름 타흐트 출판담당 부사장이 맡고, 미디어·라이선싱 부문은 공동설립자 겸 전 CEO였던 미카엘 헤드가 맡았다.
게임 퍼스트 전략은 실적 반등으로 이어졌다. 로비오는 올 들어 1·2분기 연속 90%대(전년 동기 대비)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2분기 매출은 94% 증가한 8620만유로(약 1168억원)를 달성했다. 게임사업 판매액(6130만유로)이 65% 증가한 덕분이다.
레보란타 CEO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목표 설정으로, 조직원에게 목표를 분명히 알려주고 그들이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게임 퍼스트 전략이 직원의 역량을 집중시켜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앵그리버드 단일 콘텐츠로 승부
로비오는 앵그리버드 외에 히트작이 없다는 게 한계로 지목된다. 로비오가 란탈라 전 CEO 시절 게임 의존도를 줄이고 영화 장난감 등 다른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골몰한 이유였다. 2015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영업손실(1300만유로)을 낸 것도 앵그리버드 지식재산권(IP)을 이용한 영화 제작 비용 때문이었다. 당시 새로운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고 단 하나의 콘텐츠에 매달린 결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레보란타 CEO는 게임 퍼스트 전략에 집중했지만 앵그리버드 영화 제작만큼은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영화는 앵그리버드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며 “영화 제작은 미래 성공을 위한 큰 투자”라고 말했다.
실제 로비오가 본업인 모바일게임에 집중한 결과 후속작인 ‘앵그리버드 2’가 인기를 누렸고, 영화 매출도 덩달아 증가했다. 단일 콘텐츠라는 한계를 지속적인 게임개발 혁신과 영화라는 브랜드 강화 전략으로 극복한 것이다.
로비오가 올 2분기 영화 앵그리버드에서 얻은 라이선싱 매출은 2490만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3배로 급증했다. 회사는 2019년 후속 영화 제작도 계획하고 있다. 총 제작비를 전부 내부적으로 조달했던 전편과 달리 컬럼비아픽처스와의 협업으로 리스크를 줄인다는 구상이다. 영화 흥행에 힘입어 레보란타 CEO는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선정한 유럽 내 가장 쿨한 기술회사 CEO 3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로비오의 신규 게임사업도 앵그리버드에 집중돼 있다. 앵그리버드2에 이어 ‘앵그리버드 블래스트’ ‘앵그리버드 프렌즈’ 등으로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이달 20억달러 규모 IPO
로비오는 실적 성장세에 힘입어 이달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회사는 지난 5일 3600만달러 규모의 신주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투자자인 벤처캐피털 엑셀파트너스와 아토미코도 보유주식을 시장에 내다팔 것으로 보인다.
로비오 지분의 69%는 헤드 전 CEO의 아버지 카이 헤드 소유의 트레마인터내셔널이 갖고 있다. 트레마인터내셔널은 구주를 얼마나 시장에 내다팔지 밝히진 않았으나, 장기투자자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로비오의 시장가치가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레보란타 CEO는 경쟁 게임사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레보란타 CEO는 IPO 계획을 발표한 기자회견에서 “게임산업은 파편화돼 있다”며 “로비오는 시장을 통합해 정리하는 역할을 할 만한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M&A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인터넷게임회사 텐센트는 핀란드 슈퍼셀을 72억달러에 인수했다. 올해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1090억달러로, 이 중 모바일게임이 4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보란타 CEO는 “경쟁이 혁신과 창의성에 불을 지필 것”이라며 “해마다 모바일게임이 더 흥미로워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앵그리버드는 2009년 핀란드 게임개발사 로비오엔터테인먼트가 만들었다.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2011년 이후 클래시오브클랜(슈퍼셀), 캔디크러쉬사가(킹디지털) 등 쟁쟁한 경쟁 게임이 등장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로비오는 사업다각화로 활로를 모색했지만 실적 반등엔 실패했다.
◆디즈니식 엔터테인먼트사 지향했지만
고전하던 로비오는 2015년 말 취임한 지 1년도 안 된 페카 란탈라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하고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흔들리는 앵그리버드를 다시 세우는 역할을 맡은 것은 카티 레보란타 CEO였다. 변호사 출신인 레보란타 CEO는 2012년 로비오에 합류해 최고법률책임자(CLO)를 맡았다. 이전엔 노키아와 노키아지멘스네트워크에서 사내 법률 문제를 담당했다. 법률가 출신 CEO로서 목표 설정과 결단이 명확한 것이 장점이 됐다.
레보란타 CEO의 취임 일성은 ‘게임 퍼스트’였다. 여러 사업에 흩어져 있던 역량을 다시 핵심 사업인 게임으로 집중하는 전략이었다.
로비오는 앵그리버드 이후 뚜렷한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사업다각화로 눈길을 돌렸다. 게임에 머물지 않고 디즈니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도약하려는 구상이었다. 3D 영화 앵그리버드 제작에 나섰으며 레고와 함께 장난감도 개발했다. 테마파크 건설도 추진했다. 하지만 게임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다른 사업으로 지출이 늘자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게임 퍼스트 전략의 성공
레보란타 CEO의 게임 퍼스트 전략의 시작은 인원 감축이었다. 직원 30%를 감원했으며, 최고브랜드책임자(CBO)와 최고운영책임자(COO) 같은 임원 자리도 없앴다. 전체 직원은 500명 수준으로 줄었다. 로비오는 노키아의 몰락 이후 실직자들을 많이 영입하면서 노키아식 대기업 운영시스템을 도입한 측면이 있었다. 이에 비핵심 사업과 관리자급 인력을 대폭 축소해 비용을 줄인 것이다.
조직은 게임과 미디어·라이선싱 두 개로 분리했다. 게임 사업은 빌헬름 타흐트 출판담당 부사장이 맡고, 미디어·라이선싱 부문은 공동설립자 겸 전 CEO였던 미카엘 헤드가 맡았다.
게임 퍼스트 전략은 실적 반등으로 이어졌다. 로비오는 올 들어 1·2분기 연속 90%대(전년 동기 대비)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2분기 매출은 94% 증가한 8620만유로(약 1168억원)를 달성했다. 게임사업 판매액(6130만유로)이 65% 증가한 덕분이다.
레보란타 CEO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목표 설정으로, 조직원에게 목표를 분명히 알려주고 그들이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게임 퍼스트 전략이 직원의 역량을 집중시켜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앵그리버드 단일 콘텐츠로 승부
로비오는 앵그리버드 외에 히트작이 없다는 게 한계로 지목된다. 로비오가 란탈라 전 CEO 시절 게임 의존도를 줄이고 영화 장난감 등 다른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골몰한 이유였다. 2015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영업손실(1300만유로)을 낸 것도 앵그리버드 지식재산권(IP)을 이용한 영화 제작 비용 때문이었다. 당시 새로운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고 단 하나의 콘텐츠에 매달린 결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레보란타 CEO는 게임 퍼스트 전략에 집중했지만 앵그리버드 영화 제작만큼은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영화는 앵그리버드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며 “영화 제작은 미래 성공을 위한 큰 투자”라고 말했다.
실제 로비오가 본업인 모바일게임에 집중한 결과 후속작인 ‘앵그리버드 2’가 인기를 누렸고, 영화 매출도 덩달아 증가했다. 단일 콘텐츠라는 한계를 지속적인 게임개발 혁신과 영화라는 브랜드 강화 전략으로 극복한 것이다.
로비오가 올 2분기 영화 앵그리버드에서 얻은 라이선싱 매출은 2490만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3배로 급증했다. 회사는 2019년 후속 영화 제작도 계획하고 있다. 총 제작비를 전부 내부적으로 조달했던 전편과 달리 컬럼비아픽처스와의 협업으로 리스크를 줄인다는 구상이다. 영화 흥행에 힘입어 레보란타 CEO는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선정한 유럽 내 가장 쿨한 기술회사 CEO 3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로비오의 신규 게임사업도 앵그리버드에 집중돼 있다. 앵그리버드2에 이어 ‘앵그리버드 블래스트’ ‘앵그리버드 프렌즈’ 등으로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이달 20억달러 규모 IPO
로비오는 실적 성장세에 힘입어 이달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회사는 지난 5일 3600만달러 규모의 신주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투자자인 벤처캐피털 엑셀파트너스와 아토미코도 보유주식을 시장에 내다팔 것으로 보인다.
로비오 지분의 69%는 헤드 전 CEO의 아버지 카이 헤드 소유의 트레마인터내셔널이 갖고 있다. 트레마인터내셔널은 구주를 얼마나 시장에 내다팔지 밝히진 않았으나, 장기투자자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로비오의 시장가치가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레보란타 CEO는 경쟁 게임사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레보란타 CEO는 IPO 계획을 발표한 기자회견에서 “게임산업은 파편화돼 있다”며 “로비오는 시장을 통합해 정리하는 역할을 할 만한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M&A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인터넷게임회사 텐센트는 핀란드 슈퍼셀을 72억달러에 인수했다. 올해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1090억달러로, 이 중 모바일게임이 4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보란타 CEO는 “경쟁이 혁신과 창의성에 불을 지필 것”이라며 “해마다 모바일게임이 더 흥미로워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