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대책으로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정부는 서민 등 실수요자에 대해선 강화된 대출 규제의 예외를 인정해 주겠다고 했지만 은행 등의 대출심사는 한결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대출 실수요자라면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는 데 맞춰 정책금융상품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대출 자격 요건을 꼼꼼히 따진다면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에 원하는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정책금융상품은 5~6가지 종류가 있다. 이 가운데 주택 관련 대출은 크게 세 가지 상품이 있다. 먼저 디딤돌대출이다. 이 상품은 서민층을 위한 장기 저리 주택담보대출이다.

금리는 대출 만기에 따라 다르지만 연 2.25~3.15%(9월 기준)다. 다자녀가구는 0.5%포인트, 다문화가구·장애인가구·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신혼부부(결혼 예정자 포함)는 각각 0.2%포인트의 금리를 추가로 낮춰 준다. 가입 조건은 좀 까다롭다. 대출 신청인과 배우자의 합산 연소득이 6000만원(생애 최초 주택 구입은 7000만원까지) 이하인 무주택 가구주여야 한다. 구입하려는 주택 가격도 5억원 이하여야 한다. 최대 대출 한도는 2억원이다.

보금자리론도 대표적 정책금융상품이다. 이 상품 역시 주택담보대출이다. 금리는 연 2.8~3.15%(9월 기준)다. 보금자리론은 디딤돌대출에 비해 소득 요건이 높게 설정돼 있다.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면 신청할 수 있다. 1주택자는 대출을 받은 날부터 3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 주택 가격 요건은 6억원 이하다. 대출 한도는 최고 3억원까지다.

적격대출은 서민 등 실수요자뿐 아니라 1주택자 등 중산층도 눈여겨볼 만한 상품이다.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과 달리 소득 요건과 대출 자격에 제한이 없다.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 최대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금리는 10년 만기 대출이 연 3.45%(8월 기준) 정도다.

적격대출은 고소득·다주택 가구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정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정책상품이어서 매월 조기 소진되는 추세다. 또 정부가 적격대출 자격 요건을 대폭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적격대출에 서민·실수요자가 아닌 개인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다주택자나 일정 소득 이상인 경우 대출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적격대출을 받으려면 최대한 서두르는 게 낫다.

이들 정책금융상품은 매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는 일단 디딤돌대출 공급 규모를 애초 8조원에서 10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햇살론과 사잇돌대출 등 서민을 위한 정책금융상품 공급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햇살론은 신용등급 6~10등급,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서민에게 최대 1500만원(창업자금은 최대 5000만원)의 생활자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사잇돌대출은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 이용자를 위한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이다. 정책금융기관 보증을 통해 연 6~19%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올해 햇살론과 사잇돌대출 공급 규모는 각각 3조원, 2조원인데 이보다 공급 규모를 더 늘린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