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열린 ‘한경 빅5 은행 잡콘서트’에서 은행 인사담당자들이 참석자를 대상으로 모의면접을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열린 ‘한경 빅5 은행 잡콘서트’에서 은행 인사담당자들이 참석자를 대상으로 모의면접을 하고 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기만의 경쟁력에 집중하세요.” “자신의 어떤 역량이 은행에 필요하고 적합한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세요.” “자소서는 특색이 있어야 합니다. 흔한 소재라면 시각을 달리해 보세요.” 지난달 21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은행 빅5 잡콘서트’에 온 은행 인사담당자들의 조언이다. 주요 은행은 올 하반기 1400명 이상의 신입 행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하반기보다 3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잡콘서트에 온 인사담당자들이 말하는 입사팁을 정리했다.
인사담당자가 제시한 자소서 작성법

오택 국민은행 채용팀장은 “KB국민은행 자기소개서의 핵심은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항목 전체를 경험 위주로 적되 강·약점 중 단점은 사실 중심으로 극복한 사례를 언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좋은 단어만 나열하거나 기업에만 맞춰 쓰는 방식은 지양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기만의 경쟁력에 집중하라”고 설명했다. 또 ‘입행 후 포부’ 항목은 특정 분야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드러내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은행 인턴 경험을 활용해도 좋다”며 “해당 은행명과 구체적 사례를 거론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자기소개서에 은행 핵심사업 역량을 요구했다. 지난해 ‘위비톡’과 ‘위비뱅크’에 이어 올해는 ‘우리로보-알파’와 ‘소리(SORi)’ 등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금융을 선도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창의적이고 한발 앞선 성과를 물었다.

강무진 우리은행 인사부 과장은 자소서의 핵심 키워드로 ‘글로벌 네트워크’와 ‘모바일 플랫폼’을 꼽으면서 “두 분야에서 우리은행이 나아갈 방향까지 덧붙일 것”을 추천했다. 백전백패 자소서 유형으로는 분량 미달, 오타, 내용 부실 및 도용 등을 꼽았다.

KEB하나은행의 자소서 평가 기준은 성격과 적성, 역량이 하나은행에 맞는지 여부다. 이원석 인재채용팀 차장은 “지원자가 아닌 면접관 관점으로 작성하라”며 “하나은행에 입행해 꾸준히 다닐 수 있을지, 동료와 어울리고 영업을 잘할 수 있는지를 본다”고 설명했다. 김성욱 신한은행 차장은 “올해 자소서 항목이 크게 바뀔 것”이라며 “자신의 어떤 역량이 신한은행에 필요한지에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허승혁 농협은행 인사부 과장은 “자기만의 경험을 기초로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시각적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부호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며 “소재가 흔하면 시각을 달리하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1일 열린 ‘한경 빅5 은행 잡콘서트’에서 은행 인사담당자들이 참석자를 대상으로 모의면접을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열린 ‘한경 빅5 은행 잡콘서트’에서 은행 인사담당자들이 참석자를 대상으로 모의면접을 하고 있다.
필기시험 대비는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농협은행은 면접 전 필기시험을 치른다. 오 팀장은 “KB지식비타민과 경제경영연구소 자료를 참고하되 나중에 금융권 임원이 됐을 때 어떤 상황에 직면할지를 생각해 보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KEB하나은행 필기시험은 인·적성검사, 상식으로 나뉜다. 인성검사는 개인성향을 평가하는 시험이고 적성검사는 지각, 언어, 판단, 계산 등 8개 파트로 구성돼 집중력과 빠른 풀이 속도를 필요로 한다. 상식문제는 사회,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출제된다.

농협은행은 논술, 직무능력, 인·적성 평가로 구성된다. 허 과장은 “직무능력평가는 업무 연관성을 확대한 것 외에 기존 유형과 큰 차이가 없다”며 “단 모르는 문제를 찍을 경우 불이익이 있다”고 설명했다. 직무능력평가보다는 논술평가 비중이 더 크다. 지난해 농협은행은 ‘농업·농촌의 현실을 설명하고 국민의 농협으로 가기 위한 방안’ 등의 문제가 나왔다. 허 과장은 “평균 점수가 높지 않기 때문에 100점짜리를 만들기 위해 부담가질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면접 방식도 다양하다. 국민은행은 작년에 ‘외제차를 원하는 고객에게 국산차를 판매하는 방법’ 등을 물었다. 우리은행 프레젠테이션 면접은 금융 관련 질문을 무작위로 뽑아 3~5분간 준비한 뒤 발표하는 시험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여러 이색 면접을 선보였다. ‘1 대 10’ 토론 면접에서는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등을 놓고 한 명과 아홉 명이 토론하도록 했다. KEB하나은행은 1박2일 합숙 면접을 실시한다. ‘행동사례 면접’은 다대다로 자소서를 바탕으로 평가하는 면접이다. 개인별 프레젠테이션 면접 때는 자료를 분석해 준비한 뒤 5분간 발표한다. 마케팅 케이스를 이해하고 독창적이면서 현실적인 방안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집단토론은 경제 및 사회 이슈에 대한 찬반 토론이다.

이도희 한경매거진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