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사태 등으로 감당 못 해"…인천공항 면세점 무더기 사업 포기 가능성
업계 1위 롯데 행보 주목…인천공항공사 "인하 검토 안해"


면세점업계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위기에 처한 가운데,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인천공항 면세점 업체들도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임대료 인하 불가로 롯데가 사업권을 포기하면 다른 면세점들도 인천공항에서 대거 철수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면세점 고위관계자는 4일 "인천공항공사 측에 임대료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임대료 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인천공항 사업권을 포기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드 사태로 주 고객층이었던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는 등 영업 환경이 예상치 못하게 급변했다"며 "현재 상태로는 남은 사업 기간 수조원에 이르는 공항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임대료 인하 안되면 인천공항서 철수 검토"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면세점업계가 큰 타격을 받으면서 임대료 부담으로 적자 폭이 큰 공항면세점 철수설이 끊이지 않았다.

이미 한화갤러리아는 제주공항 면세점 철수를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롯데면세점 등의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설도 꾸준히 제기됐지만, 롯데면세점 측이 사업권 포기 가능성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항면세점은 임대료가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 국가의 관문이라는 상징성과 홍보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면세점업계는 적자를 감수하며 공항면세점을 운영해왔지만, 사드 사태 여파로 시내면세점 실적이 악화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지난 2분기 29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15년 인천공항 3기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롯데의 5년간 임대료는 4조원이 넘는다.

영업 면적이 가장 넓고 신라(1조5천억원대)나 신세계(4천억원대)보다 임대료가 훨씬 많다.

특히 롯데는 5년 가운데 3∼5년차(2017년 9월∼2020년 8월)에 전체 임대료의 약 75%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기간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구조로, 4년차와 5년차에는 연간 1조원 이상을 내야 한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입찰 당시 지나치게 높은 금액을 '베팅'했다가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에 사드 보복, 면세점사업자 확대, 특허수수료 인상 등 입찰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한 악재들이 불거졌기 때문에 공항면세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면세점업계는 인천공항공사가 지난해 영업이익 1조3천억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률이 59.5%에 이르는 등 임대료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난해 인천공항공사 영업이익의 약 66%를 면세점 임대료가 차지하는 등 인천공항의 발전에 기여해온 만큼 업계 어려움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2015년 9월 인천공항 3기 면세점사업 시작 이후 롯데, 신라, 신세계 등 주요 사업자들의 공항면세점 적자액은 2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에서는 현재 롯데, 신라, 신세계 외에 SM, 시티플러스, 삼익, 엔타스면세점까지 총 7곳이 영업 중이다.

7개 면세점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롯데, 신라, 신세계 등 인천공항 입점 면세점 업체 대표들은 지난달 30일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직접 만나 한시적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다.

그러나 임대료 인하에 대해 양측의 시각차가 큰 상황이어서 향후 협상 전망은 붙투명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공항면세점 등에 대한 지원책을 내놨다.

제주·청주·무안·양양 등 4개 공항에 대해 면세점·상업시설 임대료를 30% 깎아주고 납부 시기도 유예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임대료 인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현재 임대료 조정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판촉 프로모션 지원은 확대할 예정이지만 직접적인 임대료 감면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임대료 인하가 불가능하면 무작정 손실을 보면서 영업을 할 수는 없다"면서 "롯데가 사업권 포기를 선언하면 다른 업체들도 인천공항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