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자신이 참모들에게 ‘한·미 FTA 폐기 준비를 지시했다’는 지난 주말 워싱턴포스트(WP) 보도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앞서 WP는 “트럼프가 FTA에 남을 수도 있지만 FTA 폐기를 위한 내부 준비는 많이 진척됐으며 공식적인 폐기 절차는 이르면 다음주 시작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가 견해차만 확인한 채 결렬된 지 열흘여 만에 나온 미국 측 반응으로 향후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발언은 앞으로 FTA 개정이나 추가 협상 없이 바로 폐기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어서 여간 당황스러운 게 아니다. 한·미 FTA에 대한 트럼프의 강경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선후보 시절엔 ‘재앙(disaster)’으로 불렀고 지난 6월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양측이 재협상을 하고 있다” “2주 전 한·미 FTA 만기가 도래했다”는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폐기 발언도 한국에 대한 압박용이라는 해석이 많다. 한국에 엄포를 놓아 개정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트럼프는 양국 특별공동위원회에서 견해차가 워낙 크자 재협상이나 개정보다는 아예 폐기하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백악관 참모 다수가 반대 입장이어서 실제 폐기할지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기는 않더라도 한국이 큰 양보를 해야 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아마추어적이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어떤 이유에서든, FTA 수정을 원하는데 우리는 동문서답 식으로 경제적 효과를 공동 연구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공동 연구 없이는 실무 협상도 않겠다는 우리 측 대응은 그래서 초강경 대응은커녕 가장 불리한 대응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준비된 협상 카드 없이 멈칫거리다 자칫 안보를 볼모로 한 압박에 어느 순간 굴복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발언의 배경부터 직시하고 치밀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