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은 1일 19대 대선 패배 요인으로 안철수 전 후보의 모호한 중도성과 방송토론 실패 등을 꼽은 대선평가보고서를 발표했다.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난 6월 출범한 대선평가위원회가 설문조사와 당원 간담회, 대선평가 토론회를 통해 대선 기간 활동을 여러 각도에서 세밀하게 분석했다”며 “안철수 전 후보의 연약한 지지층, 준비되지 않은 홍보 전략 등이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거론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후보의 모호한 중도성과 대중성, 방송토론 콘셉트 설정 실패 등이 담겼다”고 덧붙였다.

평가위원회는 안 전 후보가 방송 토론에서 ‘MB 아바타’라는 이미지를 강화한 것을 결정적 순간으로 꼽았다. 평가위는 “안 전 후보가 토론에서 안보와 대북정책 등에 불분명한 태도를 보였다”며 “아무런 가치를 갖지 않고 내용도 없는 ‘중도’를 표방하면서 오히려 ‘MB 아바타’ 이미지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는 “지지층 확장이 시급한 시점에 안 전 후보의 자강론이 새로울 것이 없는 허무한 구호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자강론이 이념과 정책적 방향을 모호하게 하면서 호남과 영남 모두로부터 외면받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박지원 상왕론’에 대한 미성숙한 대응도 실패 원인으로 지목됐다. 평가위는 “경쟁자들이 ‘박지원 상왕론’같은 프레임을 가동할 때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리더십은 전혀 발휘되지 못했다”며 “박지원 선거대책위원장이 평양특사를 강변하면서 상왕론 프레임을 강화해주는 전략적 오류를 범했다”고 평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대선 보고서가 공개된 직후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보고서에 나온 내용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중도에 관해 설명이 부족했던 부분을 이제는 적극적으로 제대로 알리겠다”며 “중도는 좌우의 중간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을 기치로 삼고 국민에게 국민의당이 어떤 당인지 제대로 인식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