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총질 비판 나올라"…연찬회서 통합론 논쟁 자제 분위기

바른정당이 31일 당 안팎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자유한국당발(發) 보수통합론, 야권 선거연대론 등으로 당이 술렁이는 상황에서 이혜훈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이라는 '악재'까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가운데 소속 의원들은 우려 섞인 시선으로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바른정당은 이날 의원 연찬회를 열었다.

바른정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해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오후에는 경기도 파주 홍원연수원으로 이동해 연찬회를 개최했다.

JSA 방문은 북핵 위협 등에 대처하는 문재인 정부의 안보태세가 허술하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고, 연찬회는 정기국회에 앞서 내부 전열을 정비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연찬회는 이 대표 취임 후 처음 열린 것이지만, 오전부터 터져 나온 이 대표 금품수수 의혹 탓에 연찬회는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특히 이 대표 본인은 연찬회와 별개로 본인의 의혹도 공개 해명해야 했다.

이 대표는 연찬회 도중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금품수수 의혹을 전면 부정했고, 기자회견 직전 열린 당 비공개회의 때도 소속 의원들에게 관련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언론사에 의혹을 제보한 인물이 지난 20대 총선 당시 자신의 선거운동을 돕던 자원봉사자라고 설명하면서 "수시로 연락해 개인적으로 쓰고 갚으라고 해 중간중간 갚기도 하고 빌리기도 하는 방식으로 지속하다가 오래전에 전액을 다 갚았다"고 해명했다.

이후 이 대표는 남은 연찬회 일정을 다 소화하지 않은 채 먼저 자리를 떴다.

한 바른정당 관계자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 대표 일 때문에 오늘은 내부 토론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며 "이런 악재에 통합론 논쟁까지 나오면 '내부총질'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자제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통합론 논의는 언제든 불이 붙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물밑에서 거론돼 온 타당과의 통합론이 최근 수면 위로 본격적으로 떠오르면서 당내 논란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한국당과의 통합론, 국민의당과의 통합 내지 선거연대, 자강론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종구 의원 등 당내 주요 '스피커'들은 현재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연합공천 등 통합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바른정당 창당의 주역인 김무성 의원이 전날 한국당 정진석 의원과 손을 잡고 국회 공부 모임인 '열린 토론 미래'를 출범시키면서 양당 통합론 논의에 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 대표를 필두로 바른정당의 창당 정신에 입각한 '자강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갈등이 일고 있다.

통합론자들 사이에서도 통합의 대상과 시기, 방식, 범위 등을 두고 제각각 목소리를 내고 있어 단일안을 도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함께 대표적 자강론자인 이 대표가 금품수수 의혹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으면서 이것이 향후 통합론 논의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주목된다.

(서울·파주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