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 "전술핵, 야당과 언론 등에서 얘기 나온다는 정도의 언급"
한미, 미국 전략자산 상시·순환 배치 논의 필요성에 동의
한미 국방장관 회담서 '전술핵 배치·핵잠수함 구비' 거론
미국을 방문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한반도 전술핵 배치와 핵추진 잠수함 구비 문제 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국방부에서 한 매티스 장관과의 회담에서 미사일 지침 개정과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전술핵 배치 문제를 언급했다고 정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술핵 배치 언급과 관련해 "그런 얘기도 오가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얘기까지는 하지 않았다.

(송 장관은) 우리 측의 정책이 이렇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회담에서 전술핵 배치를 놓고 구체적으로 어떤 언급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송 장관은 이날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도 전술핵 배치를 놓고 같은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다른 정부 관계자는 "전술핵 배치가 논의된 게 아니라 우리 쪽에서 미사일 지침 개정과 확장 억제력 제고의 필요성 등을 얘기하면서 야당과 언론 등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정도를 언급했을 뿐"이라며 "미국 측도 한국에서 이런 논의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해하고, 한반도의 안보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 전술핵 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이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2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전술핵 도입은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는데 우리 명분을 상실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송 장관은 또 회담에서 북한의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원자력 잠수함 구비 문제도 언급했다고 정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우리 정부와 군은 SLBM 대응을 위해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할 필요성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송 장관도 지난 6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잠수함을 잡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건조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른 관계자는 "북한의 SLBM 위협에 어떻게 대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를 말하는 과정에서 원론적으로 나온 얘기"라며 "미국 측은 이런 위협에 대해 상황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두 장관은 한반도 주변 미국 전략자산의 순환 및 상시 배치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장관은 양국이 전략자산 전개를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성을 언급했고, 매티스 장관은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미국 측은 송 장관의 얘기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다"면서 "상시와 순환 (배치) 모두 포함된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이어 오후 백악관에서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회동,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법을 지향하고 외교적·경제적 수단을 우선 고려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이 소외되는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도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장관은 주미 대사관에서 워싱턴 특파원들과 한 간담회에서 매티스 장관과의 미사일 지침 개정 논의와 관련해 "탄두 능력을 표적에 맞는 것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공감했다"고 전했다.

송 장관은 또 전시작전권 전환 필요성을 매티스 장관에게 설명했고, 이에 대해 매티스 장관도 협력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송 장관은 "국방개혁 완료 시 전작권 문제는 전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매티스 장관에게) 말했고, 매티스 장관도 나의 뜻에 협력할 뜻을 밝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현 정부 내에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수는 있지만, 꼭 그렇게 시한을 정해놓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송 장관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고, 매티스 장관을 포함한 미국 정부 인사들도 이를 십분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시배치한다는 결단을 한 이후 미국의 의구심은 싹 지워졌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