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평가백서 전격 공개 결정…당직 인선으로 '호남 끌어안기'
"협조할 만큼 했다"…'與2중대' 비판 벗어나 존재감 부각
국민의당 중진 "하루는 누가 못 하나" 냉소적 반응 보여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취임 이후 당내 소통 및 화합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깝게는 정기국회, 멀게는 내년 6·13 지방선거에 대비해 당의 전열을 시급히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자신의 책임론이 적시돼있을 '대선평가보고서' 전문을 공개하기로 결정하고, 첫 당직 인선에서 호남지역과 안정성을 고려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당내 다수는 일단 안 대표의 이런 행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 대표는 대외적인 측면에서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강성 발언을 쏟아내며 '선명 야당'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안 대표가 '민주당 2중대'라는 세간의 비판을 극복하고 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면서 향후 정국 구도의 변화를 주도해 나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 일각에서조차 안 대표의 이같은 '기조 변화'가 지속력을 가질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점이 극복할 과제로 남아있다.

◇ 연일 소통 '광폭행보'…당 일각선 회의론도

안 대표는 9월 정기국회 개원을 앞둔 30일 경기 양평군 코바코연수원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앞으로 가능한 모든 의원을 만나겠다"며 소통 의지를 피력했다.

안 대표는 취임 첫날부터 공식 일정 이외의 시간 상당 부분을 당내 소통에 할애하며 당 분위기 추스르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8일 기존 지도부와 만찬 회동을 하고 당 운영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가 하면, 29일에는 3선 이상 중진의원들을 직접 찾아가 만났ㄷ사. 전대 출마에 반대했던 의원들에게는 이해와 함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안철수 불가론'을 주장했던 이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는 물음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당의 단합을 위해 협력하자고 부탁했고, 흔쾌하게 동의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안 대표는 내달 1일 대선평가 백서 내용을 낱낱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공개를 유보하면서 불거진 당권 경쟁자들의 '반발'을 잠재우는 동시에 대선 패배와 제보조작 사태에 대한 '책임론'까지 수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안 대표의 첫 주요 당직자 인선 역시 당내 사정을 두루 감안했다는 평가다.

김관영 사무총장(전북 군산)과 송기석 비서실장(광주 서구갑), 유임된 이용호 정책위의장(전북 남원·임실·순창) 및 손금주 수석대변인(전남 나주·화순) 모두 호남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로, 호남을 배려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당무 경험이 풍부한 김 사무총장, 최측근 인사인 송 비서실장 인선에 더해 주요 보직인 정책위의장과 수석대변인을 유임시킨 것도 조직의 안정감을 우선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그동안 '불통' 이미지로 비판받아 온 안 대표를 향해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최근 안 대표와 만났던 한 중진의원은 기자들에게 "하루는 누가 못하나"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안 대표가 지속적인 화합을 이루지 못할 경우 당내 원심력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수위 높이는 대여 강경발언…野3당 공동전선 구축될까

안 대표는 대외적으로는 정부·야당을 향한 '강경 노선'을 명확히 하며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그는 지난 27일 대표직 수락 연설을 통해 "정부의 독선과 오만을 견제하겠다"고 천명한 데 이어 28일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는 "반(反)민생·반(反)국익을 강력히 저지하는 야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런 모습은 안 대표가 여소야대 정국에서 단순히 '캐스팅보트'로 활약하는 것을 넘어 원내 입지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야권의 주도권도 확보하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이를 통해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안 대표는 또 이날 워크숍에서도 "정부 출범 이후 많은 자격 미달 인사가 있었음에도 국민의당은 협조할 만큼 협조했다"고 말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사법부 인선과 관련해서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국민의당이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공직자 인선 절차에 협조하며 보수야당으로부터 '여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던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안 대표는 더 나아가 바른정당 등과의 정책연대 전망에 대해 "국회의 당연한 활동의 일환"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고, 자유한국당의 '초당적 안보연석회의' 제안에도 "여야를 모두 포괄해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며 적극적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선출 직후 국민의당 지도부를 예방하지 않았던 점에 비춰 안 대표가 한국당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안 대표는 29일 홍 대표를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하는 데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보수야당과의 접촉면이 넓어질수록 여권으로부터 '제2한국당'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에서 안 대표가 국민의당만의 차별화된 행보와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우려를 의식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