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5위 재벌그룹인 롯데가 29일 유통·식품 부문 주요 4개 계열사 임시주주총회를 동시에 열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첫발을 뗀다.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롯데그룹 주요 4개 계열사는 이날 오전 지주사 전환을 위한 회사 분할 및 분할합병 승인 안건에 대한 임시주총을 동시에 개최한다.
이는 롯데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과정으로, 이번 임시주총을 통해 4개사의 분할합병안이 최종 결의되면 오는 10월 초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공식 출범한다.
4개 계열사를 각각 투자(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이 중 4개 투자회사를 다시 롯데그룹의 '뿌리'격인 롯데제과 투자회사를 중심으로 해 하나의 지주회사로 합병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이렇게 탄생하는 롯데지주 주식회사는 자회사 경영평가, 업무 지원, 브랜드 라이선스 관리 등을 맡는다.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와 다시 합병 등을 거쳐 완전한 그룹 지주회사 형태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롯데는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로 인해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터라 이번에 지주사 체제 전환에 성공하면 경영 투명성과 주주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룹 전체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이 한층 강화되고 롯데에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는 '일본 기업'이란 이미지도 상당 부분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롯데그룹 4개 계열사가 주총을 통해 결의할 회사 분할 및 분할합병안은 주총 특별결의 안건이어서 전체 주주 중 절반 이상이 출석해야 하고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전체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안건에 찬성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뜻에 공감하는 일부 소액주주들이 분할합병안을 반대하고 있지만 4개사 모두 신동빈 회장의 우호지분이 과반이어서 안건의 주총 통과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정대로 연구원은 "경험적으로 본 주주총회 참석률을 60∼70% 수준으로 가정하면 롯데 4개사 모두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이 안정적이어서 안건 통과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각 회사가 올해 반기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소액주주 지분비율은 롯데제과 22.91%, 롯데쇼핑 29.49%, 롯데칠성 33.32%, 롯데푸드 34.47%다.
롯데칠성과 롯데푸드의 소액주주 지분율이 다소 높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개인투자자는 결집된 의사표시를 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일관된 반대 표결로 안건이 부결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주총의 가장 큰 변수로 꼽혔던 국민연금기금도 지난 25일 롯데 4개사의 분할합병안에 찬성하기로 의결하면서 주총 안건 승인 가능성이 더 커진 상황이다.
국민연금기금은 롯데제과 4.03%, 롯데쇼핑 6.07%, 롯데칠성 10.54%, 롯데푸드 12.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롯데지주는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쇼핑, 롯데푸드 등 각 사업회사의 지분을 20∼50% 보유한 막강한 지주회사가 될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 지분율 계산은 어려운 단계지만, 롯데지주에 대한 신 회장의 지분율도 현물출자와 신주인수 등을 거치며 현재 4개 회사에 대한 신 회장의 지분율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지주회사에 대한 신 회장의 지분율은 10% 안팎, 특수관계인 등 우호지분까지 더하면 신 회장 측 지분율이 최대 5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대로 연구원은 "롯데 4개사 분할·합병을 통해 설립되는 롯데지주회사에 대한 그룹 특수관계인의 지분 보유 비중은 49.64%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롯데지주회사의 초대 대표는 신 회장과 황각규 사장이 공동으로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