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연이은 어닝쇼크(실적 충격)로 열 곳이 넘는 증권사들이 투자 의견을 낮췄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많아 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물량까지 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500원(0.51%) 떨어진 29만4000원에 마감했다. 올해 고점이었던 지난 5월11일(36만1000원) 이후 18.5% 하락했다. 악화된 실적이 발목을 잡았다. 이 회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1016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57.8% 쪼그라들었다. 실망한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이후 99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등 대다수 증권사가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보유(Hold)’로 낮췄다. 증권가에서 ‘보유’는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해석된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면세점 매출이 대폭 줄었고 국내 시장에서는 업체 간 경쟁 격화로 고전하고 있다”며 “중국인 입국자가 크게 증가하지 않으면 주가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1352억원으로 추정된다. 3개월 전 추정치보다 27.2% 줄었다.

공매도 물량은 늘고 있다. 이달 들어 전체 거래량 중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율이 18.2%에 달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