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불법 '따이궁 알바'… 하루 7만~8만원 받고 면세품 대리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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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큰손 '따이궁'
면세품 불법유통 조직의 은밀한 유혹
중국인 유학생 등에 SNS 통해 접근
항공권 구입한뒤 면세품 사면 취소
한국상인과 직접 접촉 재판매하기도
면세품 불법유통 조직의 은밀한 유혹
중국인 유학생 등에 SNS 통해 접근
항공권 구입한뒤 면세품 사면 취소
한국상인과 직접 접촉 재판매하기도
“혹시 ‘따이궁(代工)’으로 일해볼 생각 없어요?”
서울의 한 사립대 한국어학당을 다니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A씨는 최근 이 같은 ‘위챗’ 메시지를 받았다. 위챗은 중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상대방은 자신을 한국인 화장품 도매업자로 소개했다. 그는 A씨에게 시내면세점에서 화장품을 산 뒤 인근에서 대기 중인 승합차로 옮겨주기만 하면 일당 7만~8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A씨는 “용돈벌이로 ‘한국산 화장품을 대리구매해 중국으로 보내주겠다’는 글을 올린 걸 보고 연락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가 주저하자 “중국인 유학생을 모아오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면세점 현장 인도제도 악용
28일 면세점업계 등에 따르면 따이궁에 의해 국내로 불법 유통되는 면세품이 늘고 있다. 직접 배를 타고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공산품 등을 밀수출했던 과거 따이궁과 달리 ‘신세대 따이궁’은 SNS로 고객을 찾는다. SNS로 한국 상인들과 접촉해 시내면세점에서 산 물건을 곧바로 팔아넘기기도 한다.
중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한 것도 따이궁이 국내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2014년부터 중국 세관은 따이궁을 ‘밀수’로 규정했다. 특히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심화된 최근 들어 한국산 화장품은 반입금지 물품에 가깝다.
따이궁은 시내면세점의 면세품 현장 인도 규정을 악용한다. 내국인은 공항 출국장에서 면세품을 인도받는다. 하지만 외국인이 시내면세점에서 담배·주류를 제외한 한국산 물품을 구입하면 면세점에서 바로 건네받을 수 있다. 따이궁은 현장 인도한 면세품을 국내 상인에게 재판매하고 이는 국내 상점이나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유통된다. 가장 많이 거래되는 건 화장품이나 홍삼 제품이다.
이 같은 면세품 불법 유통은 국내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법은 면세품의 대리 구매, 재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기업의 판매 이익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식 판매처가 아닌 경로를 통해 유통된 제품은 변질되거나 파손될 위험성도 높다.
시내면세점에서는 따이궁에 의한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면세품 판매 전 항공권을 확인하고 있다. 곧 출국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인 유학생 등은 면세품만 사고 항공권을 취소하는 수법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4월 부산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중국인 유학생에게 한국산 면세 화장품을 대리 구매하게 한 뒤 8000만원 상당의 화장품을 중국으로 밀수출해온 중국인 일당을 붙잡았다. 이들은 부산의 대학 2곳 인근에 창고형 사무실을 차린 뒤 중국인 유학생에게 일당을 주고 화장품을 대리 구매하게 했다. 시내면세점 규정을 악용해 면세품 구매 후 항공권을 취소하는 수법을 썼다.
◆여행사 “구매액 일부 돌려주겠다”
감사원 조사 결과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시내면세점에서 면세품을 수령한 외국인 중 3회 이상 면세품을 구매하고 탑승권을 취소한 외국인은 8129명에 달했다. 이들이 구입한 면세품만 535억원어치였다. 180일 이상 출국하지 않고 면세품을 구매한 사람도 7322명으로 드러났다.
사드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면세점·여행사도 ‘따이궁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면세점업계는 사드 여파, 면세점 수 증가 등으로 경쟁이 심화되자 따이궁을 통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시내면세점은 여행사가 데려온 고객이 매출을 발생시키면 여행사나 가이드에게 15~25%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한다”며 “최근 불황을 겪고 있는 면세점업계에서는 이 수수료를 이용해 여행사가 따이궁 대상 마케팅을 펼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22개 시내 면세점 사업자의 평균 매출 대비 송객수수료(관광객 유치를 위해 현지 여행사 등에 지급하는 수수료) 비율은 2013년 7.3%에서 지난해 10.9%로 급증했다. 올해는 20%대 초반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한 여행사는 몇 달 전부터 따이궁을 대상으로 면세점 구매액의 일정 비율을 즉시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페이백(payback)’ 영업을 시작했다. 중국인이 주로 사용하는 SNS ‘웨이보’ ‘위챗’ 등에서는 여행사가 올려놓은 광고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두타면세점 25%’ ‘SM면세점 26%’ 등 환급률도 적혀있다. 업계 관계자는 “2~3주마다 한 번씩 면세점과 함께 환급률을 조정해 새로 광고를 올린다”며 “면세점 중에서도 경영이 어려운 후발주자들이 더 높은 환급률을 제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서울의 한 사립대 한국어학당을 다니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 A씨는 최근 이 같은 ‘위챗’ 메시지를 받았다. 위챗은 중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상대방은 자신을 한국인 화장품 도매업자로 소개했다. 그는 A씨에게 시내면세점에서 화장품을 산 뒤 인근에서 대기 중인 승합차로 옮겨주기만 하면 일당 7만~8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A씨는 “용돈벌이로 ‘한국산 화장품을 대리구매해 중국으로 보내주겠다’는 글을 올린 걸 보고 연락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가 주저하자 “중국인 유학생을 모아오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면세점 현장 인도제도 악용
28일 면세점업계 등에 따르면 따이궁에 의해 국내로 불법 유통되는 면세품이 늘고 있다. 직접 배를 타고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공산품 등을 밀수출했던 과거 따이궁과 달리 ‘신세대 따이궁’은 SNS로 고객을 찾는다. SNS로 한국 상인들과 접촉해 시내면세점에서 산 물건을 곧바로 팔아넘기기도 한다.
중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한 것도 따이궁이 국내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2014년부터 중국 세관은 따이궁을 ‘밀수’로 규정했다. 특히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심화된 최근 들어 한국산 화장품은 반입금지 물품에 가깝다.
따이궁은 시내면세점의 면세품 현장 인도 규정을 악용한다. 내국인은 공항 출국장에서 면세품을 인도받는다. 하지만 외국인이 시내면세점에서 담배·주류를 제외한 한국산 물품을 구입하면 면세점에서 바로 건네받을 수 있다. 따이궁은 현장 인도한 면세품을 국내 상인에게 재판매하고 이는 국내 상점이나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유통된다. 가장 많이 거래되는 건 화장품이나 홍삼 제품이다.
이 같은 면세품 불법 유통은 국내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법은 면세품의 대리 구매, 재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기업의 판매 이익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식 판매처가 아닌 경로를 통해 유통된 제품은 변질되거나 파손될 위험성도 높다.
시내면세점에서는 따이궁에 의한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면세품 판매 전 항공권을 확인하고 있다. 곧 출국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인 유학생 등은 면세품만 사고 항공권을 취소하는 수법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4월 부산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중국인 유학생에게 한국산 면세 화장품을 대리 구매하게 한 뒤 8000만원 상당의 화장품을 중국으로 밀수출해온 중국인 일당을 붙잡았다. 이들은 부산의 대학 2곳 인근에 창고형 사무실을 차린 뒤 중국인 유학생에게 일당을 주고 화장품을 대리 구매하게 했다. 시내면세점 규정을 악용해 면세품 구매 후 항공권을 취소하는 수법을 썼다.
◆여행사 “구매액 일부 돌려주겠다”
감사원 조사 결과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시내면세점에서 면세품을 수령한 외국인 중 3회 이상 면세품을 구매하고 탑승권을 취소한 외국인은 8129명에 달했다. 이들이 구입한 면세품만 535억원어치였다. 180일 이상 출국하지 않고 면세품을 구매한 사람도 7322명으로 드러났다.
사드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면세점·여행사도 ‘따이궁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면세점업계는 사드 여파, 면세점 수 증가 등으로 경쟁이 심화되자 따이궁을 통해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시내면세점은 여행사가 데려온 고객이 매출을 발생시키면 여행사나 가이드에게 15~25%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한다”며 “최근 불황을 겪고 있는 면세점업계에서는 이 수수료를 이용해 여행사가 따이궁 대상 마케팅을 펼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22개 시내 면세점 사업자의 평균 매출 대비 송객수수료(관광객 유치를 위해 현지 여행사 등에 지급하는 수수료) 비율은 2013년 7.3%에서 지난해 10.9%로 급증했다. 올해는 20%대 초반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한 여행사는 몇 달 전부터 따이궁을 대상으로 면세점 구매액의 일정 비율을 즉시 현금으로 환급해주는 ‘페이백(payback)’ 영업을 시작했다. 중국인이 주로 사용하는 SNS ‘웨이보’ ‘위챗’ 등에서는 여행사가 올려놓은 광고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두타면세점 25%’ ‘SM면세점 26%’ 등 환급률도 적혀있다. 업계 관계자는 “2~3주마다 한 번씩 면세점과 함께 환급률을 조정해 새로 광고를 올린다”며 “면세점 중에서도 경영이 어려운 후발주자들이 더 높은 환급률을 제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