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를 제조하는 톱텍이 올해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할 게 확실시된다. 이미 상반기에 작년보다 2배 이상 많은 80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톱텍은 기존 주력사업인 OLED 장비사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7년간 준비해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나노소재 신사업을 ‘신무기’로 장착했다. 1992년 이 회사를 창업한 이재환 회장은 “올해는 장비만 하던 기업에서 소재까지 하는 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년”이라며 “창립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탄력받은 장비사업

28일 코스닥시장에서 톱텍은 800원(2.84%) 내린 2만73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정보기술(IT)업종에 대한 차익실현에 나선 게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연초 이후 수익률은 20% 가까이 된다. 지난 6월29일엔 3만2900원을 기록, 최근 1년 새 최고가(종가 기준)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연초 이후 이날까지 177억원어치를 사들여 상승세를 견인했다.

올 들어 톱텍이 상승세를 보인 데엔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톱텍은 상반기에 매출 8971억원, 영업이익 1501억원을 올렸다. 반기 매출은 작년 연간 매출(3926억원)의 2배, 영업이익은 작년 연간(420억원)의 3배를 넘었다.

전방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장비 발주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게 호재로 작용했다. 톱텍은 OLED 패널과 커버용 유리를 접합하는 라미네이션 장비 1위 협력사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곧 A4라인에 들어갈 장비발주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이 물량과 중국 BOE 발주물량 등을 수주하면 시장 일부에서 제기하는 수주공백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재사업 본격화

자본시장에선 이 회사 신사업인 나노소재 사업이 가시화된 데 주목하고 있다. 톱텍의 100% 자회사 레몬은 올해 초부터 나노섬유를 활용한 전자파 차폐 부품인 ‘나노 폼 실드캔’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유진 톱텍 재무팀장(상무)은 “나노 폼 실드캔은 삼성전자 갤럭시S8에 이어 노트8에도 채택됐다”고 설명했다. 이 덕분에 지난해 19억원에 그쳤던 레몬의 매출은 올 상반기 225억원으로 늘어났다.

증권업계에선 레몬의 연간 매출이 올해 500억원, 내년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스마트폰에 적용 중인 나노소재가 화장품용 마스크팩과 아웃도어로 적용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레몬은 나노소재 제품을 연말부터 화장품 및 아웃도어 업체에 공급하기 시작해 내년엔 공급물량을 크게 늘릴 계획”이라며 “매출이 출렁이기 쉬운 장비부문과 달리 소재는 꾸준히 실적을 낼 수 있어 소재 기업으로서 주가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증권업계가 보는 톱텍의 올해 예상 매출은 1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2500억원, 순이익은 2000억원이다. 이 회장은 “성장성을 내다보고 2010년 나노섬유 제조장비를 만들었지만 사는 곳이 적어 아예 직접 나노섬유를 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나노소재는 2차 가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실드캔, 방수 부품(벤트), 마스크팩, 의류 등 적용대상이 무궁무진하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