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허위 물품을 팔거나 조건만남을 빙자해 돈을 뜯어내는 수법으로 3억대 사기를 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몸통은 중국에 둔 채 국내 조직망을 통해 중고거래·성매매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사기를 친 잡식(雜食) 사기단이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6월15일부터 7월14일까지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카페에서 허위로 물품을 판매하거나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성매매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292명으로부터 3억27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팀장 장모씨와 인출책 이모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또 장씨 등에게 부당이득 인출계좌로 사용할 통장을 개설해주는 등 사기행각에 가담한 혐의(사기 방조)로 계좌 명의자 6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등 총 9명을 검거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사기는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일당은 중고물품 거래 카페에 캠핑텐트·노트북·백화점 상품권 등 다양한 상품을 게시하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고 홍보했다. 이후 이용자들이 결제하면 물건을 보내지 않고 입금된 돈만 가로챘다.

결혼을 앞둔 피해자 A씨(여)는 백화점 상품권을 시가보다 싸게 판매한다는 말에 속아 혼수비용을 절감할 생각에 상품권 2870만원 어치를 구매했다가 사기를 당했다.

‘조건만남’ 등 성매매 알선을 빙자해 돈을 갈취하기도 했다.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10만~20만원에 조건만남이 가능하다’며 결제를 유도했다. 성매매 알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자 B씨는 장씨 일당이 요구한 돈을 입금했지만 여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B씨가 “환급해달라”고 요청하자 일당은 “시스템 상 50만원부터 환급이 가능하다”며 차액을 추가 입금할 것을 요구했다.

B씨는 본전 생각에 차액을 입금했지만 환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B씨가 다시 항의하자 일당은 “다시 알아보니 100만원 단위로 환급된다”며 추가 입금을 요구했고, 반복되는 속임수에 B씨가 속아넘어가며 그는 결국 6255만원 상당의 사기를 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수법임에도 이미 거액을 지불한 사람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중국에 본거지를 둔 사기조직 총책의 지시를 받고 조직원을 모집했다. 만 19세의 장씨 역시 인터넷에 올라온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 구인글을 보고 사기조직에 발을 들여놨다. 조직은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다. 계좌명의자 6명은 매일 5만원씩 받는 조건으로 통장을 개설해줬다. 이씨 등 인출책 2명은 피해자들이 부친 돈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중국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은 보이스피싱, 마약거래, 중고거래 사기 등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내 총책과 장씨 일당 사이의 지시는 모두 위챗을 통해 이뤄졌다. 지난 16일 인천에서 필로폰을 밀반입하다 적발된 마약거래조직의 거래통로 역시 위챗이었다. 수사당국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미국 IT기업들과는 통신정보제공 협약을 맺고 수사에 필요한 통신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하지만 중국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와 냉랭한 양국관계 속에 위챗의 통신정보는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에서 확보 가능한 정보만으로 중국에 있는 소위 ’몸통‘을 찾아내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