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5일부터 이동통신 가입자들에게 선택약정 할인율을 5%포인트 올려 25%로 적용한다는 정부 방침 발표 이후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내달 말에는 최대 33만원으로 묶여 있는 단말기 공시지원금 상한도 폐지될 예정이어서 휴대폰을 당분간 구입하지 않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8일까지 통신 3사의 번호이동(통신사를 바꿔 가입하는 것) 건수는 하루 평균 1만7082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달 하루 평균 1만9646건에 비해 2560여 건 줄어든 수치다. 번호이동 건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소식에 휴대폰 구매를 미루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선택약정 할인제는 휴대폰을 살 때 단말기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매달 통신요금의 일부를 할인받는 제도다. 정부는 다음달 15일부터 선택약정 할인율을 기존 20%에서 25%로 높이기로 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달 들어 번호이동이 크게 줄고 있다”며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번호이동은 7만3447건으로 하루 평균 1만4689건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 시기는 정부가 통신 3사에 선택약정 할인율을 높이는 행정처분 공문을 보낼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지던 때다.

선택약정 할인율이 기존 20%에서 25%로 올라가면 월정액 4만원 요금 기준으로 매달 할인액이 8000원에서 1만원으로 2000원 늘어난다. 따라서 다음달 15일 이후 휴대폰을 구입하면서 높아진 할인 혜택을 받으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휴대폰을 먼저 개통한 뒤 나중에 선택약정에 가입할 수도 있지만 일을 두 번 처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도 예약 판매 기간 등을 조정하며 판매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8의 예약 판매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1주일가량 연기해 다음달 7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예약 구매자들의 개통은 15일부터 이뤄진다. LG전자도 스마트폰 신제품 V30의 출시일을 다음달 15일께로 정했다.

최근 소비자들이 휴대폰 구입을 미루는 이유는 또 있다. 다음달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기 때문이다. 지원금 상한제는 출시 15개월 미만의 휴대폰을 구입할 때 통신사가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지원금 상한선을 최대 33만원으로 제한한 제도다.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되면서 3년 일몰제로 도입됐다. 다음달 30일이면 이 조항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10월1일부터 최신 휴대폰도 지원금 상한선이 풀리는 것이다.

다음달 정식 출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 LG전자 V30 등의 공시지원금이 10월 이후에 더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지원금 상향을 기대하며 좀 더 기다려 보자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노트8, V30와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곧 출시될 뿐만 아니라 25% 선택약정 할인제, 단말기 지원금 상한 폐지와 같은 굵직한 정책 변화가 있어 최근 휴대폰 구입을 미루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