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강국 위상 흔들리는 일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0년 전 불황에 연구비 삭감
논문 점유율 10년간 6계단↓…논문의 질도 갈수록 떨어져
일본 기초과학 육성 나섰지만 현장에선 체감 못해
논문 점유율 10년간 6계단↓…논문의 질도 갈수록 떨어져
일본 기초과학 육성 나섰지만 현장에선 체감 못해
일본 문부과학성이 이달 초 일본의 과학기술 학술분야 국제 경쟁력 상실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문부성은 보고서에서 “과학기술 분야에서 일본의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며 “과학기술 혁신이 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일본 과학자의 주요 논문 점유율은 2003~2005년 4위에서 2014년 10위로 하락했다. 해외 과학자와의 국제 협력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일본 노벨상 수상자 25명 중 22명이 과학 분야에서 받았을 만큼 ‘과학강국’ 자부심이 강한 일본의 명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이 발행한 ‘연구개발(R&D) 브리프’에 따르면 일본 과학자가 발표한 국제 학술 논문은 2005년 7만5569건에서 지난 2015년 7만4981건으로 사실상 10년간 제자리를 맴돌았다. 의학과 수학, 천문학을 제외한 11개 과학 분야 논문 수는 모두 줄었다. 논문 점유율도 같은 기간 7%에서 5%로 내려갔다.
논문 품질도 하락했다.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 우수 학술지 68개에 게재된 일본 과학자 논문 점유율은 2012년 9%에서 2016년 6%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도쿄대와 교토대, 오사카대, 이화학연구소(RIKEN) 과학자들이 이들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은 2.9~33% 줄었다. 네이처는 지난 3월 특별판을 내고 “세계 유력 과학잡지에 실리는 일본 논문 수가 5년 연속 줄어들고 있다”며 “일본의 과학 경쟁력이 급속히 후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과학 경쟁력이 이처럼 급속히 약화한 건 경제 침체를 이유로 R&D 투자를 게을리한 결과라는 게 과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본 정부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엔고 여파로 R&D 투자를 묶어뒀다. 2007년 일본의 R&D 투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46%에서 2013년에는 3.49%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은 1.39%에서 1.92%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과 한국 역시 투자를 늘렸다.
정부가 국립대에 지원하던 교부금을 줄이면서 개인 연구비가 축소된 것도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일본 정부가 2004년 국립대를 법인화하고 인력양성과 학술연구에 지원되는 ‘기반 경비’는 12% 가까이 줄었다. 일본 연구자 가운데 60%는 연간 개인연구비가 50만엔(약 514만원)도 안 된다.
연구 환경의 악화는 가장 창의적인 나이인 박사 과정 학생 수 급감을 불러왔다. 과학과 공학을 전공하는 박사과정 학생 수는 2000년보다 24.3%나 줄었다. 일본 과학자가 해외 과학자와 공동연구해 제출하는 논문도 감소하고 있다. 일본 과학 연구가 범세계적 연구 흐름에서 벗어나 ‘갈라파고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은 지난해부터 순수(기초) 과학을 강화하는 혁신안을 내놨다. 올해부터는 국립대에 지원하는 기반 경비를 전년보다 25억엔(약 270억원)을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다. 알츠하이머 질환을 연구하는 사이도 다카오미 이화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달 중순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도 지난해보다 연구비가 43% 줄었다”며 “임금을 지급하고 연구용 생쥐를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과학자들은 연구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민 투자를 받는 크라우드펀딩까지 이용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한국연구재단이 발행한 ‘연구개발(R&D) 브리프’에 따르면 일본 과학자가 발표한 국제 학술 논문은 2005년 7만5569건에서 지난 2015년 7만4981건으로 사실상 10년간 제자리를 맴돌았다. 의학과 수학, 천문학을 제외한 11개 과학 분야 논문 수는 모두 줄었다. 논문 점유율도 같은 기간 7%에서 5%로 내려갔다.
논문 품질도 하락했다.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 우수 학술지 68개에 게재된 일본 과학자 논문 점유율은 2012년 9%에서 2016년 6%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도쿄대와 교토대, 오사카대, 이화학연구소(RIKEN) 과학자들이 이들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은 2.9~33% 줄었다. 네이처는 지난 3월 특별판을 내고 “세계 유력 과학잡지에 실리는 일본 논문 수가 5년 연속 줄어들고 있다”며 “일본의 과학 경쟁력이 급속히 후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과학 경쟁력이 이처럼 급속히 약화한 건 경제 침체를 이유로 R&D 투자를 게을리한 결과라는 게 과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본 정부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엔고 여파로 R&D 투자를 묶어뒀다. 2007년 일본의 R&D 투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46%에서 2013년에는 3.49%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은 1.39%에서 1.92%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과 한국 역시 투자를 늘렸다.
정부가 국립대에 지원하던 교부금을 줄이면서 개인 연구비가 축소된 것도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일본 정부가 2004년 국립대를 법인화하고 인력양성과 학술연구에 지원되는 ‘기반 경비’는 12% 가까이 줄었다. 일본 연구자 가운데 60%는 연간 개인연구비가 50만엔(약 514만원)도 안 된다.
연구 환경의 악화는 가장 창의적인 나이인 박사 과정 학생 수 급감을 불러왔다. 과학과 공학을 전공하는 박사과정 학생 수는 2000년보다 24.3%나 줄었다. 일본 과학자가 해외 과학자와 공동연구해 제출하는 논문도 감소하고 있다. 일본 과학 연구가 범세계적 연구 흐름에서 벗어나 ‘갈라파고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은 지난해부터 순수(기초) 과학을 강화하는 혁신안을 내놨다. 올해부터는 국립대에 지원하는 기반 경비를 전년보다 25억엔(약 270억원)을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다. 알츠하이머 질환을 연구하는 사이도 다카오미 이화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달 중순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도 지난해보다 연구비가 43% 줄었다”며 “임금을 지급하고 연구용 생쥐를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과학자들은 연구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민 투자를 받는 크라우드펀딩까지 이용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