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이 30% 미만으로 떨어졌다.
최근 1년여 사이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증가하면서 전세 물건이 증가한 데다 수도권 아파트의 입주물량도 늘면서 전세 물량에 여유가 생긴 것이다.
27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이 지난 7월 29.9%로 2015년 2월(28.8%) 이후 2년5개월 만에 처음으로 30%대 벽이 깨진 데 이어, 이달에도 26일 현재 29.4%를 보이며 두 달 연속 30% 미만을 기록 중이다.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주택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2015년 3월에 31.2%를 기록한 뒤 2년4개월간 줄곧 30%대를 유지해왔다.
저금리의 장기화로 은행 이자보다 높은 임대수익을 얻기 위해 전세를 보증부 월세 등으로 전환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월세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3월의 경우 서울 아파트 전월세 총 거래량이 1만5천598건으로 올해 3월(1만7천745건)보다 작았지만, 월세 비중은 올해 3월(35.6%)보다 2.5%포인트 높은 38.1%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월세 비중이 줄기 시작해 4월 33.9%로 줄었고, 5월 32.7%, 6월 31.3%로 감소한 뒤 7월 이후 두 달 연속 월세 비중이 30%를 밑돌고 있다.
이처럼 월세 비중이 감소한 것은 8·2대책 전까지 매매가격이 크게 오르자 일부 전세수요가 주택 구입에 나서면서 전세 수요가 감소했고, 인근 신도시 등지의 입주물량이 늘면서 전세 공급이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2만5천여가구로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경기지역 아파트 입주물량은 약 12만2천가구로 지난해(8만7천600가구)보다 40% 가까이 증가한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2기 신도시 등 수도권 아파트에 당첨돼 입주했거나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싼 전세를 찾아 수도권으로 밀려난 세입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8·2 대책 전까지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많았던 것도 전세 물건 증가의 원인 중 하나다.
함 센터장은 "갭투자는 주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최대한 적은 돈을 투자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는 방식이어서 전세 만기가 돼도 다시 전세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갭투자가 집값을 올린 부작용은 있었지만 전세 시장 안정에는 일정 부분 기여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99% 오른 데 비해 전셋값은 1.15% 오르는 데 그쳐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다.
작년 동기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68%, 2015년 동기간 5.97% 오른 것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률이다.
구별로는 도심권의 월세 비중이 1년 전보다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8월 월세 비중이 45%에 달했던 중구의 경우 올해 8월 현재 32.1%로 급감했다.
1년 전 월세 비중이 43.1%로 높았던 종로구도 올해 8월 현재는 33.1%로 10%포인트 감소했다.
또 용산구는 지난해 8월 31.2%에서 올해 8월 26.9%로, 마포구는 39.7%에서 32.5%로, 동대문구는 40%에서 35.9%로 각각 줄었다.
전세 낀 투자수요가 증가한 데다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 자이 등 도심권 새 아파트 입주로 전세 물량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끼쳤다.
금천구는 월세 비중이 8월 현재 16.9%로 서울 25개구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매매가 대비 전셋값이 낮아 갭투자가 어렵고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도가 높은 강남구의 경우 지난해 37.3%에서 올해도 36.4%로 별 차이가 없다.
송파구도 지난해 8월 30.7%에서 올해 30.8%로 거의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으로 주택시장이 위축되면 월세 비중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안명숙 부장은 "주택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지면 매매 수요가 전세로 돌아서 전세시장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며 "다주택자 규제로 갭투자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전세 공급이 줄고, 월세 비중도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