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커진 삼성… '사령탑 공백'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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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부재로 경쟁력 훼손…글로벌 시장서 평판 악화" 우려
사장단 인사 2년 연속 불발될 듯…사업구조 개편·부실 계열사 정리도 '차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법원으로부터 유죄 선고를 받으면서 삼성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2월 이 부회장 구속으로 시작된 '사령탑 부재' 사태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한층 더 커진 셈이다.
이미 지난 6개월간 그래 왔듯이 당장 눈에 띄는 경영상 변화나 영업실적의 출렁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이 안정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만 봐도 이 부회장 구속 이후인 올 2분기에 사상 최대 규모인 14조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반도체 분야 설비투자에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인 12조5천200억원을 집행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총수가 없으니 더 잘 돌아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당장 활발히 굴러가던 M&A(인수·합병)의 수레바퀴가 멈춰 섰다.
삼성전자는 2015년 3건, 지난해엔 6건의 주요 M&A가 있었지만 올해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2014년엔 캐나다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업체 '프린터온', 미국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개발회사 '스마트싱스' 등을 사들였고, 2015년에도 미국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 미국 상업용 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업체 '예스코 일렉트로닉스' 등을 품에 안았다.
작년에도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조이언트', 미국 럭셔리 가전 브랜드 '데이코',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인 '비브랩스'를 인수한 데 이어 미국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업체 '하만'을 사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주요 M&A가 단 1건도 없다.
지난달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보유한 그리스 스타트업 '이노틱스'를 인수했지만 직원 7명 규모의 소규모 회사다.
'총수 부재'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 "미래 경쟁력 훼손될 수도"…해외에서도 경고
삼성 내부에서는 변화 속도가 특히 빠른 IT(정보기술) 업계에서 이런 전략적 의사결정의 부재가 장기화하면 기업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커넥티드 카 등 첨단 기술 패권을 두고 펼쳐지는 치열한 기업 간 전장에서 순식간에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재판에 따른) 이 부회장 운명은 삼성 제국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의 공백이 길어지면 스마트폰에서 테마파크, 바이오 의약품을 아우르는 거대기업에 리더십 공백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소기업청 수석고문을 지낸 매트 와인버그는 최근 허핑턴 포스트에 쓴 기고문에서 "혁신 리더라는 삼성 입지는 최근에 처한 불확실성과 한국의 정치적 격변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며 삼성이 '제2의 소니'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고대로라면 이번 유죄 선고는 '리더십 공백'의 장기화로 삼성의 미래를 더 불확실하게 만들었다.
이 부회장의 해외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경영활동도 공백기가 연장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등과 만나 교류해왔다.
이런 개인적 인맥을 활용한 경영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이런 인맥 자산도 당분간 활용할 수 없게 됐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미전실)마저 해체됐다는 점은 총수 부재 리스크를 더 키우는 요소다.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책임 소재가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긴 했지만 과거에는 미전실이 주요 의사결정을 내려왔기 때문이다.
대형 M&A나 그룹의 미래 전략 수립, 사장단 인사, 계열사 간 역할 조정 및 경영 진단 등 그룹 살림을 거시적으로 살피고 결정할 사령탑이 부재한 것이다.
◇ 사장단 인사도 2년 연속 불발될 듯
사장단 인사도 2년 연속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삼성 그룹은 지난해 11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며 통상 12월에 하던 사장단 인사를 건너뛰었다.
앞으로 진행될 항소심 등 일정을 고려하면 올해 12월에도 사장단 인사는 힘들다는 게 삼성 안팎의 시각이다.
삼성 관계자는 "사장단 인사를 하려면 먼저 회사의 전략이나 방향이 나오고, 큰 틀에서 전체 계열사를 놓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며 "이처럼 방대한 작업을 할 사람은 지금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의식을 잃으면서 2014년과 2015년 사장단 인사도 소폭으로 이뤄졌다.
이 회장이 단행한 인사를 존중하는 차원이었다.
이렇게 보면 인사의 동맥경화가 4년째 이어지는 셈이다.
유능한 전문 경영인들이 배치됐다고 하지만 새 피의 수혈 같은 원활한 신진대사는 가로막혔다.
그룹의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비핵심 분야는 정리하는 사업구조 개편도 언제 재개될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방위산업·화학 분야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이른바 '선택과 집중' 작업을 벌여왔지만 이 역시 중단된 상태다.
부실 계열사에 대한 정리 작업도 늦춰지게 됐다.
미전실 경영진단팀을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의 감사는 부실 계열사를 가려내 과감한 구조조정, 사업구조 전환, 부실 털어내기 등으로 계열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장치였다.
그러나 미전실이 해체된 데다 총수마저 자리를 비우면서 앞으로도 한동안 가동되기 어려워졌다.
◇ "글로벌 시장서 삼성 평판 악화"
재계에서는 유죄 판결이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의 평판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크다.
브랜드 이미지나 대외 신인도가 나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좀 더 실질적으로는 미국에서 '해외부패방지법'(FCAP)에 따라 거액의 벌금을 물고 사업 기회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
이 법은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뇌물을 제공할 경우 이 같은 제재를 내리도록 했는데 삼성전자는 미국 상장 법인은 아니지만 2008년 법 개정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돼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유죄 판결이 FCPA 제재로 이어질 경우 과징금을 내야 하는 것은 물론, 미국 연방정부와 사업이 금지되는 등 미국 내 공공조달 사업에서 퇴출된다.
미국 외에 중국, 인도, 영국, 브라질 등에서도 강도 높은 부패방지법을 운용 중이어서 글로벌 사업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향후 M&A를 추진할 때 피인수 대상 기업의 임직원들이 반발하거나 유능한 핵심인재들이 이탈할 수도 있다.
'부패 기업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며 M&A에 반대하거나 다른 회사로 옮길 수 있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방대한 조직이나 체계화된 전문경영인 시스템 아래에서 삼성의 일상적 경영 활동은 무난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금세 눈에 띄지 않는 미래 먹거리 발굴이나 그룹의 중장기 미래 성장전략 수립 같은 거시적 의사결정에선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
사장단 인사 2년 연속 불발될 듯…사업구조 개편·부실 계열사 정리도 '차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법원으로부터 유죄 선고를 받으면서 삼성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2월 이 부회장 구속으로 시작된 '사령탑 부재' 사태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한층 더 커진 셈이다.
이미 지난 6개월간 그래 왔듯이 당장 눈에 띄는 경영상 변화나 영업실적의 출렁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이 안정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만 봐도 이 부회장 구속 이후인 올 2분기에 사상 최대 규모인 14조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반도체 분야 설비투자에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인 12조5천200억원을 집행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총수가 없으니 더 잘 돌아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당장 활발히 굴러가던 M&A(인수·합병)의 수레바퀴가 멈춰 섰다.
삼성전자는 2015년 3건, 지난해엔 6건의 주요 M&A가 있었지만 올해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2014년엔 캐나다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업체 '프린터온', 미국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개발회사 '스마트싱스' 등을 사들였고, 2015년에도 미국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 미국 상업용 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업체 '예스코 일렉트로닉스' 등을 품에 안았다.
작년에도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조이언트', 미국 럭셔리 가전 브랜드 '데이코',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인 '비브랩스'를 인수한 데 이어 미국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업체 '하만'을 사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주요 M&A가 단 1건도 없다.
지난달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보유한 그리스 스타트업 '이노틱스'를 인수했지만 직원 7명 규모의 소규모 회사다.
'총수 부재'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 "미래 경쟁력 훼손될 수도"…해외에서도 경고
삼성 내부에서는 변화 속도가 특히 빠른 IT(정보기술) 업계에서 이런 전략적 의사결정의 부재가 장기화하면 기업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커넥티드 카 등 첨단 기술 패권을 두고 펼쳐지는 치열한 기업 간 전장에서 순식간에 도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재판에 따른) 이 부회장 운명은 삼성 제국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의 공백이 길어지면 스마트폰에서 테마파크, 바이오 의약품을 아우르는 거대기업에 리더십 공백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소기업청 수석고문을 지낸 매트 와인버그는 최근 허핑턴 포스트에 쓴 기고문에서 "혁신 리더라는 삼성 입지는 최근에 처한 불확실성과 한국의 정치적 격변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며 삼성이 '제2의 소니'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고대로라면 이번 유죄 선고는 '리더십 공백'의 장기화로 삼성의 미래를 더 불확실하게 만들었다.
이 부회장의 해외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경영활동도 공백기가 연장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등과 만나 교류해왔다.
이런 개인적 인맥을 활용한 경영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이런 인맥 자산도 당분간 활용할 수 없게 됐다.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미전실)마저 해체됐다는 점은 총수 부재 리스크를 더 키우는 요소다.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책임 소재가 뚜렷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긴 했지만 과거에는 미전실이 주요 의사결정을 내려왔기 때문이다.
대형 M&A나 그룹의 미래 전략 수립, 사장단 인사, 계열사 간 역할 조정 및 경영 진단 등 그룹 살림을 거시적으로 살피고 결정할 사령탑이 부재한 것이다.
◇ 사장단 인사도 2년 연속 불발될 듯
사장단 인사도 2년 연속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삼성 그룹은 지난해 11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며 통상 12월에 하던 사장단 인사를 건너뛰었다.
앞으로 진행될 항소심 등 일정을 고려하면 올해 12월에도 사장단 인사는 힘들다는 게 삼성 안팎의 시각이다.
삼성 관계자는 "사장단 인사를 하려면 먼저 회사의 전략이나 방향이 나오고, 큰 틀에서 전체 계열사를 놓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며 "이처럼 방대한 작업을 할 사람은 지금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의식을 잃으면서 2014년과 2015년 사장단 인사도 소폭으로 이뤄졌다.
이 회장이 단행한 인사를 존중하는 차원이었다.
이렇게 보면 인사의 동맥경화가 4년째 이어지는 셈이다.
유능한 전문 경영인들이 배치됐다고 하지만 새 피의 수혈 같은 원활한 신진대사는 가로막혔다.
그룹의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비핵심 분야는 정리하는 사업구조 개편도 언제 재개될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방위산업·화학 분야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이른바 '선택과 집중' 작업을 벌여왔지만 이 역시 중단된 상태다.
부실 계열사에 대한 정리 작업도 늦춰지게 됐다.
미전실 경영진단팀을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의 감사는 부실 계열사를 가려내 과감한 구조조정, 사업구조 전환, 부실 털어내기 등으로 계열사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장치였다.
그러나 미전실이 해체된 데다 총수마저 자리를 비우면서 앞으로도 한동안 가동되기 어려워졌다.
◇ "글로벌 시장서 삼성 평판 악화"
재계에서는 유죄 판결이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의 평판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크다.
브랜드 이미지나 대외 신인도가 나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좀 더 실질적으로는 미국에서 '해외부패방지법'(FCAP)에 따라 거액의 벌금을 물고 사업 기회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
이 법은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뇌물을 제공할 경우 이 같은 제재를 내리도록 했는데 삼성전자는 미국 상장 법인은 아니지만 2008년 법 개정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돼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유죄 판결이 FCPA 제재로 이어질 경우 과징금을 내야 하는 것은 물론, 미국 연방정부와 사업이 금지되는 등 미국 내 공공조달 사업에서 퇴출된다.
미국 외에 중국, 인도, 영국, 브라질 등에서도 강도 높은 부패방지법을 운용 중이어서 글로벌 사업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향후 M&A를 추진할 때 피인수 대상 기업의 임직원들이 반발하거나 유능한 핵심인재들이 이탈할 수도 있다.
'부패 기업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며 M&A에 반대하거나 다른 회사로 옮길 수 있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방대한 조직이나 체계화된 전문경영인 시스템 아래에서 삼성의 일상적 경영 활동은 무난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금세 눈에 띄지 않는 미래 먹거리 발굴이나 그룹의 중장기 미래 성장전략 수립 같은 거시적 의사결정에선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