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왕세자빈 20주기 BBC 추모다큐 인터뷰
20년 전 고(故)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엄마를 잃은 15세, 12세 손자들을 돌본 것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었다고 윌리엄 왕세손이 당시를 회고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윌리엄 왕세손은 오는 31일 다이애나빈의 20주기를 앞두고 27일 BBC방송이 방영할 추모 다큐멘터리 '다이애나, 7일'에서 사고 직후 여왕의 배려로 스코틀랜드 발모럴성에서 대중의 눈을 피해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당시엔 아시다시피 우리 할머니는 두 손자를 보호하고 싶어 했고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할머니는 의도적으로 집(왕궁)에서 신문을 치워서 집안에는 그런 것들이(신문·잡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왕세손은 "혼자 슬퍼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모든 사람에게서 피할 수 있는 공간"이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다이애나빈이 별세한 직후 그의 거처였던 켄싱턴 궁 일대에는 추모객들이 남긴 꽃으로 뒤덮였고 온 국민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러나 다이애나빈의 불행한 왕실에서의 삶과 그의 죽음 이후 다소 냉담하게 보였던 왕실의 반응 때문에 왕실을 향한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신문에서는 연일 왕실에 비판적인 기사가 쏟아졌다.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는 다큐멘터리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알린 것은 아버지 찰스 왕세자였다고 설명했다.

해리 왕자는 "부모로서 가장 힘든 것은 자녀에게 다른 한 부모의 죽음을 알리는 것이다.

그 일을 어떻게 감당했는지 모르겠다"며 "그러나 아버지는 우리와 함께했고 최선을 다했다.

우리가 보호받고 보살핌을 받도록 해줬다.

그러나 아버지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슬픔을 이겨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손자들이 대중 앞에서 다시 나서고 왕실의 일원으로의 임무를 재개하는 시점을 결정하는 것은 할머니로서도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할머니는 윌리엄과 해리의 할머니 역할과 여왕의 역할 사이에서 갈등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해리 왕자와 함께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장례 행렬을 따라 걷도록 한 것은 왕실 구성원 모두의 결정이었다며 "아주 길고 외로운 길이었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모두가 같이 내린 결정이었다.

어느샌가 나는 양복을 입고 흰 셔츠에 까만 넥타이를 매고 행렬에 속해 있었다"며 "나도 참여해서 다행이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참여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지난 6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상황에서 어느 아이도 그런 일을 해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던 발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다이애나빈은 1997년 8월 31일 연인과 함께 파파라치들을 피해 파리를 고속으로 달리던 승용차를 타고 있다가 사고로 숨졌다.

당시 윌리엄 왕세손은 15세, 해리 왕자는 12세였다.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