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 '살충제 계란'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밀집 사육형 방식을 장기적으로 선진국형 동물복지 농장 방식으로 개선키로 하면서 그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계란을 고르고 있다. 한경DB.
정부가 이번 '살충제 계란'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밀집 사육형 방식을 장기적으로 선진국형 동물복지 농장 방식으로 개선키로 하면서 그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계란을 고르고 있다. 한경DB.
정부가 이번 '살충제 계란'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한 밀집사육형 방식을 장기적으로 선진국형 동물복지 농장 방식으로 개선키로 하면서 그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물복지농장 방식은 밀집사육형 방식보다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크게 떨어져 계란 값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뛰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일상적 음식인 계란으로 빚어질 '먹거리 빈부격차'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동물복지농장에서 생산한 계란은 일반 계란보다 보통 2배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아직 국내에선 고품질 계란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은 탓에 시중에 유통되는 전체 계란 유통물량의 약 1.5%만이 동물복지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일반 계란 상품인 '일판란' 30구짜리 한 판이 6980원에 판매되고 있다. 계란 1개당 232원인 셈이다.

반면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유정란 10구' 상품은 4980원으로 개당 498원에 판매되고 있어 일반란 대비 2배 이상 비싸다.

롯데마트도 일반 계란 상품인 '행복생생대란' 30구짜리 한 판은 6980원인 데 비해 동물복지농장 상품인 '풀무원 자연의 생명이 살아 숨쉬는 유정란 10구'는 8100원으로 개당 4배 가까이 가격이 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살충제 계란' 사태로 불안감이 높은 가운데도 동물복지형 계란 판매량은 전혀 늘지 않았다"며 "계란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동물복지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이 밀집사육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보다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은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산란계 농장이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기 위해선 닭에 ▲배고픔과 갈증, 영양불량으로부터의 자유 ▲불안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정상적 행동을 표현할 자유 ▲통증·상해·질병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등 동물의 5대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또 산란계 운송 시 동물운송차량의 구조와 설비 등 국내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동물운송에 관한 세부 규정을 준수, 동물의 상해와 고통을 최소화 해야 한다. 살처분 시에도 불필요한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예를 들어 동물복지농장이 밀집사육형 농장과 같은 면적이라면 이 같은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산란계 마릿수를 대폭 줄일 수 밖에 없다. 또 닭 한 마리를 기르는 데 드는 비용도 4~5배 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산란계 사육의 선진국으로 꼽히는 유럽에서도 방목형 닭이 생산한 계란은 일반 계란보다 2.5배 정도 비싸다.

이 때문에 식당과 레스토랑에서는 주로 일반 계란을 쓰고 소득이 일정 부분 이상되는 중산층 중심으로만 방목형 계란이 팔리고 있다.

스위스의 대표적 대형마트 체인인 '쿱(COOP)'에서 10구짜리 일반 계란은 4500~5000원 사이지만 방목형 계란은 7800~8500원대에 판매된다.

국내에서 일반 계란 대비 2배 이상 비싼 동물복지 계란을 두고 '먹거리 빈부격차' 문제가 대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계란은 대표적인 일상 음식 중에 하나라 가격 저항 심리가 강하다"며 "정부가 동물복지형 생산 방식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계란 가격 상승에 대해 어느 정도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