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노동인구 감소도 영향 미쳐

중국인들의 소비 수준이 올라가면서 웰빙 식품을 선호하고, 배달 앱 확산으로 음식배달 문화까지 자리 잡으면서 중국 내 라면 소비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홍콩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0년 새 가처분소득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중국인들이 라면을 외면하면서 지난해 중국 내 인스턴트라면 소비량은 385억 개에 그쳤다.

이는 라면 소비가 절정을 이뤘던 2013년(462억 개)보다 17%나 줄어든 수치다.

라면 소비가 줄면서 중국 라면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퉁이(統一)기업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27%나 하락했다.

이 회사 매출은 2013년 이후 4년 연속 줄었으며,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7% 감소했다.

퉁이기업의 최대 라이벌인 캉스푸(康師父) 역시 경영이 악화하고 있다.

중국 인스턴트 라면과 아이스티 시장의 50%를 점유한 이 회사는 2015년과 2016년 두 해 연속 순익이 30%씩 감소했다.

이로 인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만5천400명의 인력을 해고해야 했다.

둥팡(東方)증권의 샤오첸 애널리스트는 "신세대 소비자들이 건강과 품질을 중시하면서 인스턴트라면 등 가공식품을 멀리하고, 설탕과 지방이 덜 들어간 식품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난과 궁핍 속에서 자란 이전 세대와 달리,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자란 중국 신세대 소비자들은 값싼 라면이나 튀김류 대신 생수, 유제품, 유기농 식품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중국서 라면 소비 급감…"배달앱·웰빙식품에 밀려"
라면 소비 급감에는 스마트폰의 배달 앱을 이용한 음식배달 문화의 확산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톈펑(天風)증권의 류장밍 애널리스트는 "10년 전에는 편리한 인스턴트 라면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 빠르고 편하게 질 좋은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 음식배달산업 규모는 1천524억 위안(약 26조원)으로 2015년보다 232%나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수는 2억9천500만 명에 달해, 지난해 동기 대비 41.6% 급증했다.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 증가세가 주춤해져, 라면 소비 또한 감소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내 이주 노동자 증가율은 2010년 5.2%에서 지난해 0.3%로 뚝 떨어졌다.

이들은 라면이나 길거리 음식 등 저가 식품을 소비하는 핵심 계층으로 분류된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