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가속화 예상…"합리적 행보 통해 고른 지지·동의 받는 게 중요"
"검찰 윤석열 발탁 뛰어넘는 예상 밖 인사"…"새로운 대법원장 모습 기대"
'기수파괴' 대법원장 후보에 "파격 넘어 충격"… 기대·부담 공존
21일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춘천지법원장이 지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선 법관들은 하나같이 '의외', '파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선 새 정부 출범 직후 이뤄진 검찰의 '윤석열 검사장 승진 및 서울중앙지검장 전격 발탁'을 넘어서는 충격파를 느낀다는 견해도 내비쳤다.

이날 오후 3시 청와대 발표를 지켜본 판사들은 예상을 벗어난 인사라는 반응 속에서도 '대법원장의 자질을 충분히 갖춘 인물', '사법개혁 적임자'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사법연수원 기수나 나이가 낮다는 점을 들어 '경륜 부족'을 약점으로 꼽기도 했다.

강한 진보 성향의 후보자가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할 경우 보수 성향의 구성원들로부터 고른 지지와 동의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13명의 대법관 중 김 후보자보다 연수원 기수가 높은 대법관은 고영한, 박상옥, 조재연, 김신, 김용덕, 김창석, 조희대, 권순일, 이기택 대법관 등 9명이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의 심리를 이끌고 합의를 주재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 대법원장은 대법관들보다 연수원 기수가 5∼10기 정도 앞선 법관이 임명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김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전원합의체 판결 등 상고심 운영은 기존 구도와 상당히 다른 풍경이 연출될 전망이다.

재경지법의 한 고법 부장판사는 "일선 고법에도 김 후보자보다 연수원 기수가 앞서는 부장판사들이 많을 정도로 이번 대법원장 지명은 파격"이라고 말했다.

다른 고법 부장판사는 "김 후보자가 평소 사법개혁과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점은 전해 들어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 청문회에서 사법부를 이끌어 갈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인물인지가 검증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법정책 실현에서 성향에 관계없이 구성원의 의견을 고루 반영해 합리적 결론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으로서 소신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법원 내 광범위한 지지가 필요하다"며 "후보자의 개혁적인 성향이 지나치게 부각되면 힘이 실리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젊은 판사들은 사법개혁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출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후배 법관들과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 안 되는 선배 법관"이라며 "제왕적 권한을 갖는 대법원장의 낡은 이미지를 벗고 새 시대의 새로운 대법원장 상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판사도 "후보자 발표 당시에는 파격적 인사에 당혹감도 들었지만, 이제는 사법부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미 여러 차례 대법관 후보로 거론된 분이기 때문에 대법원장으로서도 충분한 자질을 갖춘 분"이라고 말했다.

더는 기수나 나이 등을 따지는 관행을 고집하기 어려운 만큼 '김명수 사법부'의 실질과 정체성이 중요하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은 재판뿐 아니라 사법행정과 사법부 구성원의 활동에 절대적 영향력을 지닌다"며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 인사에 당분간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실질적 측면의 변화가 당혹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피고,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아 실행에 옮기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원장급 이상 고위법관들의 용퇴도 거론되지만, 법원 내부에서는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가 많다.

김 후보자는 춘천지법이 법원장 초임 근무지로 지난해 일선 법원장을 처음 맡았다.

현재 고등·지방법원장, 고법 부장판사 중에서는 후보자보다 '선배'가 꽤 많은 셈이다.

그러나 이미 대법관의 경우도 비록 여성이기는 하나 20기까지 배출된 상태이고 과거 여러 차례의 인사를 통해 법원이 '파격 인사'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측면도 있어서 '줄줄이 퇴진'은 당장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검찰의 '윤석열 발탁'보다 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면서도 "물론 법원장급 이상에서 기수에 대한 불편함 같은 것이 있겠지만, 그것만 갖고 얘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지지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임순현 기자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