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3주가 지난 가운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주택과 상반기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인기주거지역 단지의 호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상반기에 상대적으로 많이 못 오른 단지를 중심으로 최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도 나오고 있다.
21일 일선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을 주도했던 개포동에선 호가를 수천만원 낮춘 급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없다.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43㎡는 대책 발표 전 호가가 12억7000만원까지 치솟았으나 지난 8일께 12억2000만원으로 떨어진 뒤 매매 계약이 없다. 지난달 16억원에 거래되던 전용 58㎡는 이달 15억6000만원에 한 건 매매됐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 호가도 대책 발표 직후 1억원 넘게 하락해 14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매수세가 붙지 않자 지난 10일 14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주택형은 지난달 15억7000만원에 팔렸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현재 호가는 14억5000만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며 “매수기회를 엿보며 초급매물을 찾는 사람들의 문의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인근 엘스와 리센츠 등 일반아파트에서도 수천만원에서 최고 1억원까지 몸값을 낮춘 급매물이 나와 있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에선 대책 발표 후 최고 2억원 떨어진 급매물이 거래됐다. 다만 일부 단지에선 지난달보다 실거래가가 오른 곳도 나타났다. 반포미도 전용 84㎡는 12억5000만원에 계약되며 지난달(11억9000만원)보다 6000만원가량 올랐다.

강동구에선 둔촌주공 1~3단지가 대책 발표 이후 주택형별로 500만~6500만원가량 내렸다. 하지만 지난달 10억5000만~12억6000만원에 거래되던 4단지 전용 99㎡는 1000만원가량 오르는 등 강보합을 나타내고 있다. ‘고덕 그라시움’ 등 강동구 지역 분양권 호가도 2000만~5000만원가량 떨어졌다.

한남 성수 아현동 등 강북권 인기 주거지역도 아직 냉각 상태긴 마찬가지다. 호가가 수천만원 떨어진 아파트·재개발 대상 주택이 많다. 하지만 동작구 서대문구 등 투기과열지구에선 오히려 매수세가 따라 붙고 있다. 남가좌동 ‘DMC 파크뷰자이’ 1단지는 대책 이후 실거래가가 오히려 뛰었다. 지난달 6억원에 매매됐던 전용 59㎡는 이달 들어 5000만원 이상 올랐고, 84㎡ 주택형도 7억6000만원에 계약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수도권 신도시도 전반적으로 약세지만 일부 호가가 오르는 곳도 있다.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직후 호가가 4억5000만원 정도였던 라이프아파트는 강보합세”라며 “매수세는 주춤하지만 가격만 놓고 봐선 대책 영향이 별로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설지연/선한결/김형규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