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계농장 부실조사 확인… 살충제 계란 유통, 뒷북 출하 중단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농식품부 장관 "18일부터 출하 계란 안전"…거짓말 돼
파동 시작부터, 틀리고 숨기고 미루고…"경제규모 세계 10위권 국가 정부 맞나?"
'살충제 계란'에 대한 정부 대응에 계속해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121개 농장 재조사에 이어 420곳에 대한 보완조사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추가로 검출되면서 '부실조사' 우려는 현실이 됐다.
보완조사 기간에 해당 농가 계란의 출하가 허용돼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계란 농가 중에 생산 농가를 식별할 수 있는 난각(계란 껍데기)코드가 없는 곳도 있었다.
◇ 재조사·보완조사에서 연이어 '살충제 계란'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420개 농장을 대상으로 한 추가조사에서 부적합 농가 3곳이 또 나왔다.
전북 1곳, 충남 2곳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에서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됐다.
응애류 구제용으로 쓰이는 플루페녹수론은 기준치 이하의 잔류도 허용되지 않는 살충제다.
보완조사에서도 또다시 살충제가 추가로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살충제 계란' 파동 초기부터 정부의 조사가 부실하다는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 14일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잔류농약 검사를 하던 중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 농가와 경기도 광주시 소재 농가에서 각각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됐다.
이에 정부는 15일 0시부터 전국 산란계 농가의 계란 출하를 전격 중단하고 전수검사에 돌입했다.
전국 농가를 사흘여 만에 서둘러 조사하는 과정 곳곳에서 '구멍'이 생겼다.
조사 담당자가 직접 농장을 방문해 시료를 수집하지 않고 농장주들이 제출한 계란으로 검사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결국 농식품부는 121개소에 대해 재검사를 시행했고, 이 가운데 2개 농장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별로 이뤄진 전수조사 과정에서 일부 지자체가 27종 농약의 표준시약을 모두 갖추고 있지 않아 일부 검사 항목이 누락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 때문에 농식품부는 420개 농장에 대한 보완조사를 결정했다.
농식품부는 "유럽에서 문제가 된 피프로닐과 가장 검출빈도가 높았던 비펜트린이 검사대상에 포함돼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국민의 불안감을 감안해 보완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보완조사 대상 농가가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검사는 마쳐 큰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설명이지만, 결국 다른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당국의 사태 인식과 대처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태 첫날부터 전수검사, 재조사와 추가조사까지 시종일관 엉터리 통계와 오류, 은폐 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이번 사태처럼 곳곳에서 문제가 드러난 사례도 흔치 않다"며 "급박한 상황이고 며칠간 밤샘작업 등으로 피로가 쌓인 점은 이해하지만, 최소한 지켜야 할 기본적인 것들에서도 실수가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실수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인 국가의 중앙 정부의 모습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 "유통 계란 안전하다더니"…'부실조사' 계란 유통돼
이처럼 재조사, 보완조사에서 잇따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정부의 대응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추가조사 기간 해당 농장의 계란 유통이 금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살충제 계란'이 유통됐다.
당국은 "확인된 부적합 3개 농가는 검출 확인 즉시 출하 중지했으며, 유통물량은 추적조사를 통해 전량 회수 및 폐기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그만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출하를 차단해 놓고 안전성이 입증되면 판매를 재개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완조사에서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된 김제 농가는 산란계 2천500마리를 키우는 소규모 농가로, 난각코드도 없었다.
이 농장의 하루 달걀 생산량은 200∼300개이며, 도소매 유통을 거치지 않고 택배 등을 통해 달걀을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유통 불가능한 '살충제 계란'이 식품제조업체 2곳에 납품된 사실도 드러났다.
현재까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개 식품제조업체에 가공식품의 원료로 부적합 농장의 계란이 납품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업체는 '유일식품'(모닝빵 등 32개 제품 203㎏, 부산)과 '행복담기 주식회사'(동의훈제란 2만1천60개, 충북) 등 2곳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 정부는 되풀이해서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렸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산 계란에서는 피프로닐이 전혀 검출된 바 없다"고 강조하면서 국내 소비자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이후 국내산 계란에서 피프로닐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고, 계란 출하와 유통이 일시적으로 전면 중단되는 등 혼란에 빠졌다.
지난 18일 전국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오늘부터 출하되는 모든 계란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 역시 이후 추가조사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빈말'이 되고 말았다.
식품안전을 책임지는 정부 부처의 두 수장이 사실상 '거짓말'을 한 셈이다.
파동 초기에는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서로 "모르겠다.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일을 미루는 듯한 모습까지 연출했다.
서울 아현동의 직장인 한 모(38) 씨는 "정부 부처의 책임자가 유통되는 국내산 계란이 안전하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면 누굴 믿어야 하나"라며 "이러니 이번 검사 자체를 신뢰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
파동 시작부터, 틀리고 숨기고 미루고…"경제규모 세계 10위권 국가 정부 맞나?"
'살충제 계란'에 대한 정부 대응에 계속해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121개 농장 재조사에 이어 420곳에 대한 보완조사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추가로 검출되면서 '부실조사' 우려는 현실이 됐다.
보완조사 기간에 해당 농가 계란의 출하가 허용돼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계란 농가 중에 생산 농가를 식별할 수 있는 난각(계란 껍데기)코드가 없는 곳도 있었다.
◇ 재조사·보완조사에서 연이어 '살충제 계란'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420개 농장을 대상으로 한 추가조사에서 부적합 농가 3곳이 또 나왔다.
전북 1곳, 충남 2곳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에서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됐다.
응애류 구제용으로 쓰이는 플루페녹수론은 기준치 이하의 잔류도 허용되지 않는 살충제다.
보완조사에서도 또다시 살충제가 추가로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살충제 계란' 파동 초기부터 정부의 조사가 부실하다는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 14일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잔류농약 검사를 하던 중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 농가와 경기도 광주시 소재 농가에서 각각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검출됐다.
이에 정부는 15일 0시부터 전국 산란계 농가의 계란 출하를 전격 중단하고 전수검사에 돌입했다.
전국 농가를 사흘여 만에 서둘러 조사하는 과정 곳곳에서 '구멍'이 생겼다.
조사 담당자가 직접 농장을 방문해 시료를 수집하지 않고 농장주들이 제출한 계란으로 검사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결국 농식품부는 121개소에 대해 재검사를 시행했고, 이 가운데 2개 농장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별로 이뤄진 전수조사 과정에서 일부 지자체가 27종 농약의 표준시약을 모두 갖추고 있지 않아 일부 검사 항목이 누락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 때문에 농식품부는 420개 농장에 대한 보완조사를 결정했다.
농식품부는 "유럽에서 문제가 된 피프로닐과 가장 검출빈도가 높았던 비펜트린이 검사대상에 포함돼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국민의 불안감을 감안해 보완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보완조사 대상 농가가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검사는 마쳐 큰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설명이지만, 결국 다른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당국의 사태 인식과 대처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태 첫날부터 전수검사, 재조사와 추가조사까지 시종일관 엉터리 통계와 오류, 은폐 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이번 사태처럼 곳곳에서 문제가 드러난 사례도 흔치 않다"며 "급박한 상황이고 며칠간 밤샘작업 등으로 피로가 쌓인 점은 이해하지만, 최소한 지켜야 할 기본적인 것들에서도 실수가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대응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실수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인 국가의 중앙 정부의 모습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 "유통 계란 안전하다더니"…'부실조사' 계란 유통돼
이처럼 재조사, 보완조사에서 잇따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정부의 대응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추가조사 기간 해당 농장의 계란 유통이 금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살충제 계란'이 유통됐다.
당국은 "확인된 부적합 3개 농가는 검출 확인 즉시 출하 중지했으며, 유통물량은 추적조사를 통해 전량 회수 및 폐기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그만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출하를 차단해 놓고 안전성이 입증되면 판매를 재개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완조사에서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된 김제 농가는 산란계 2천500마리를 키우는 소규모 농가로, 난각코드도 없었다.
이 농장의 하루 달걀 생산량은 200∼300개이며, 도소매 유통을 거치지 않고 택배 등을 통해 달걀을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유통 불가능한 '살충제 계란'이 식품제조업체 2곳에 납품된 사실도 드러났다.
현재까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개 식품제조업체에 가공식품의 원료로 부적합 농장의 계란이 납품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업체는 '유일식품'(모닝빵 등 32개 제품 203㎏, 부산)과 '행복담기 주식회사'(동의훈제란 2만1천60개, 충북) 등 2곳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 정부는 되풀이해서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렸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산 계란에서는 피프로닐이 전혀 검출된 바 없다"고 강조하면서 국내 소비자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이후 국내산 계란에서 피프로닐 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고, 계란 출하와 유통이 일시적으로 전면 중단되는 등 혼란에 빠졌다.
지난 18일 전국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오늘부터 출하되는 모든 계란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 역시 이후 추가조사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빈말'이 되고 말았다.
식품안전을 책임지는 정부 부처의 두 수장이 사실상 '거짓말'을 한 셈이다.
파동 초기에는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서로 "모르겠다.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일을 미루는 듯한 모습까지 연출했다.
서울 아현동의 직장인 한 모(38) 씨는 "정부 부처의 책임자가 유통되는 국내산 계란이 안전하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면 누굴 믿어야 하나"라며 "이러니 이번 검사 자체를 신뢰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