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니어 랭킹 11위 강호…"세리 선배 만나려 출전 결심"

"LPGA투어에 가서 박세리 선배님처럼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게 꿈이예요"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사는 교포소녀 손유정(17)은 미국 주니어 골프의 강호다.

현재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랭킹 11위에 올라있고 세계 아마추어 랭킹은 55위다.

부산에서 태어나 5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건너간 손유정은 9살 때 골프채를 잡은 이후 주니어 무대에서 60개가 넘는 우승 트로피를 쓸어모았다.

골프를 시작한 지 2년이 막 넘은 2012년 US 키즈 월드챔피언십을 제패한 손유정은2014년에는 13살의 나이로 오클라호마주 여자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이듬해 대회 2연패를 달성한 그는 아직도 이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올해 손유정은 캐시 위트워스 인비테이셔널에서 AJGA 대회 두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AJGA 대회 7차례 출전해 우승 한번을 포함해 5차례나 톱10에 입상한 그는 22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사흘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 치코의 뷰트 크리크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리는 AJGA 박세리 주니어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손유정은 애초 박세리 주니어 챔피언십 출전 계획이 없었다.

작년까지 펑산산 주니어 챔피언이었던 이 대회는 전국 대회가 아니라 지역 대회였다.

AJGA 랭킹 포인트가 높지 않아 상위 랭커는 거의 외면하던 대회였다.

하지만 손유정은 이 대회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여자 주니어 골프 선수들에게는 우상이나 다름없는 박세리(40)가 주최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출전을 결심했다.

'박세리처럼 되고 싶은 주니어 선수'를 일컫는 '세리 워너비'의 한명인 손유정은 이제껏 박세리를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손유정은 "전설로 여기던 박세리 선배님을 만날 생각에 설렌다"면서 "대회 기간에 골프 스윙 클리닉도 여신다니 꼭 참가하고 싶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손유정이 이 대회 출전을 결심한 데는 박세리와 만남뿐 아니다.

이 대회 우승자에게 오는 10월 인천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출전권을 주는 특전이 손유정의 입맛을 확 당겼다.

손유정은 한번도 프로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 대회에 출전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주니어 선수에게 프로 대회에 나가서 프로 선수들과 겨뤄보는 건 꿈같은 일"이라는 손유정은 "이런 귀한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애초 연간 출전 계획을 짤 때 빼놨던 대회였던 이 대회가 박세리가 주최하고 LPGA투어 대회 출전권이 우승 부상으로 걸린 걸 뒤늦게 알았던 탓에 출전 신청 기한을 넘기고 말았다.

다행히 상위 랭커 손유정의 출전 의사에 AJGA 측은 선뜻 출전 기회를 줬다.

예선이라도 치르겠다며 꼭 출전하고 싶다는 손유정의 간절한 요청에 AJGA가 화답한 것이다.

손유정은 박세리 주니어 챔피언십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AJGA 랭킹과 아마추어 세계랭킹이 가장 높다.

자연스럽게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손유정은 "귀한 기회를 꼭 살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대학 진학보다 LPGA 투어 진출을 먼저 고려 중인 손유정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에도 출전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수준이 높다고 들었는데 기회가 생기면 꼭 출전해서 내 기량을 점검해보고 싶다"는 손유정은 "이번 대회에서 잘하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웃었다.

손유정은 5살 때부터 미국에서 살았지만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고 부산 억양을 곁들인 한국어도 유창하게 구사한다.

손유정의 장기는 남다른 장타력이다.

크지 않은 체격이지만 드라이버로 260야드는 가뿐하게 날리는 장타력 덕에 경기를 쉽게 쉽게 풀어나가는 편이다.

손유정의 부친 손영진(45)씨는 "골프 선수로 키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장타력 때문이었다"면서 "처음부터 공에 힘을 실어 때리는 재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손유정은 요즘 롱아이언 연습에 공을 들이고 있다.

"6번이나 5번 아이언을 쓸 일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원하는 만큼 잘 치지 못한다"는 손유정은 "프로 대회에 나가면 롱아이언을 써야 할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보고 가다듬고 있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치코<미국 캘리포니아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