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기관 관리 감독 강화…친환경 축산 기준 점검
기준 위반 농가 처벌 강화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가 특히 충격을 준 것은 친환경인증 농가 계란에서 무더기로 살충제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친환경 상품이라 믿고 더 비싼 값을 지불했기에 소비자들의 배신감과 분노는 클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인증부터 관리까지 허술하기 짝이 없었던 친환경 인증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 '대국민 사기극' 친환경 인증제

정부의 전국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 결과 총 49곳에서 시중에 유통하면 안 되는 '살충제 계란'이 검출됐다.

이 가운데 31개 농장은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가였다.

일반 농가(18곳)보다 오히려 친환경 농가에서 '부적합 판정' 계란이 많이 나왔다.

이번 조사 대상은 총 1천239개 농장이었다.

친환경 농장이 683개, 일반 농장이 556개였다.

농가 수만 보면 친환경 농가가 약 55%에 달해 절반을 훌쩍 넘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49곳 중 친환경 농가가 약 63%를 차지한다.

친환경인증 농가 가운데 기준치를 넘지 않았지만 살충제가 조금이라도 검출된 곳도 37곳 있었다.

이들 농가 계란은 '친환경' 마크를 떼고 일반 계란으로 유통이 허용된다.

많은 소비자가 그동안 친환경인증 마크를 보고 안전한 제품이라 믿으며 비싸게 구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절반 이상의 산란계 농가가 친환경인증을 받았으며, 그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에 금지됐거나 기준치 이상의 살충제가 사용됐다.

친환경 인증제 자체의 의미가 무색해졌다.

친환경인증은 엄격한 검증을 거친 소수 농장에만 주어지는 것으로 아는 소비자가 많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농산물품질관리원 출신들이 인증 업무를 하는 민간업체에 다수 포진해 있으며, 유착관계가 형성돼 '부실 인증'이 많아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친환경인증뿐만 아니라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등 식품 안전과 관련된 각종 인증 관리에 구멍이 났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에 살충제가 검출된 계란 절반 이상은 친환경인증뿐만 아니라 해썹 인증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와 CJ제일제당 등 대형 식품기업과 거래하는 농가의 계란에서도 잇달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결국 정부와 농가, 대기업 등 어느 한 곳도 계란 안전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불신과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 친환경 인증제 전면 점검

친환경인증에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난 만큼 정부는 친환경 인증제 개편을 추진하고 근본적인 개선을 대책을 조속히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법규상 친환경 농가에서 살충제가 검출돼도 인증을 취소할 수 없다.

시정명령을 받는 데 그치고 친환경 마크를 떼면 계란을 유통할 수 있다.

이번에도 해당 농장 이름과 생산자가 공개되지 않았다.

사유가 발생해 친환경인증이 취소돼도 1년 후에는 재인증을 받을 수 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지금은 기준치 이내면 일반 계란으로 유통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앞으로는 벌칙을 강화해 친환경인증 기준에 위반되는 사례가 나오면 유통 금지 등 농가에서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민간에 위탁된 친환경인증 업무도 재검토될 예정이다.

김 장관은 친환경 농산물 인증 업무를 담당하다 퇴직한 뒤 민간업체에 재취업한 이른바 '농피아' 유착 의혹과 관련, "문제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기회에 다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친환경 인증기관의 책임과 인증기관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친환경 축산 기준도 근본부터 다시 점검해서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친환경인증 기관 통폐합도 검토된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도는 1999년 처음 도입됐으며, 2002년 민간업체가 인증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6월부터는 60여개 민간업체가 인증 업무를 하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이에 대해 사후관리만 한다.

김 장관은 17일 국회 현안보고에서 민간 인증기관이 64개소를 가능하면 통폐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기관인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지도·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번 기회에 친환경 축산물 문제를 전반적으로 손보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