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경기 양평의 스타휴CC.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보그너 MBN여자오픈에 초청선수로 출전한 김세영(24·미래에셋·사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김세영은 연습라운드 티오프 시간까지 2시간 남아 있던 아침 7시부터 연습 그린에 가장 먼저 나와 퍼팅연습을 하고 있었다. “LPGA 챔프가 웬 엄살이냐”고 묻자 깔깔 웃던 그가 “진짜라니까요!”라며 정색을 한다. 겸손이나 엄살일까?
사실 KLPGA 투어는 요즘 ‘징글징글해졌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다. ‘글로벌 최강’으로 꼽히는 해외파 초강자들의 국내 투어 성적만 봐도 그렇다. 이번 대회에 초청받은 김세영과 이미향(24·KB금융그룹)은 각각 LPGA 통산 6승과 2승을 수확한 강자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 투어에 들러 우승한 적은 없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김효주(22·롯데)가 현대차중국여자오픈을 제패한 것이 전부였고, 올해는 아직 없다. 2015년 장하나(25·비씨카드), 유소연(27·메디힐), 김효주, 노무라 하루(일본) 등 네 명이 국내 투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게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다.
‘골든슬래머’ 박인비(29·KB금융그룹)의 지독한 국내 투어 무승 징크스를 ‘지극히 이례적이고 개인적인 사례’만은 아니라고 보는 이들도 많다. LPGA 18승(메이저 7승) 챔프의 국내투어 18전 무승이 단순 징크스만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주장이다.
국내 투어로 복귀한 지 꽤 되는 ‘유(U)턴파’의 사정도 크게 다르진 않다. LPGA 통산 4승의 베테랑 이선화(31·다이아몬드클래스)는 “선수층이 촘촘해지고, 실력이 상향 평준화돼 있어 우승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코스 구조와 그린 빠르기, 전장, 기후, 잔디 종류 등 조건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체감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드물었던 코스 세팅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열린 KLPGA 투어 메이저 대회 기아차한국여자오픈의 그린 빠르기는 3.7이었다. 이에 앞서 열린 삼천리투게더오픈과 E1채리티오픈에서는 3.9까지 나왔다. 대개 3.4 안팎이었던 이전과는 다른 수준이다.
김세영과 이미향은 18일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각각 1언더파, 1오버파를 적어내 다소 부진한 출발을 보였다.
양평=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