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오 해돋이농원 대표
감곡면을 찾은 건 복숭아 재배로 일가(一家)를 이룬 한 농부를 만나기 위해서다. 2015년 농촌진흥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으로 뽑혔고 앞서 2년 전엔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한 공로로 대통령표창도 받은 김종오 해돋이농원 대표(56·사진)다.
김 대표의 과수원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참 올라가야 하는 산비탈에 자리잡고 있다. 3만3000㎡(약 1만평) 넓이의 과수원에 1200여 그루의 복숭아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가 1년에 수확하는 과일은 상자(4.5㎏) 1만 개 분량, 45t가량이다. 2억5000만원 규모의 매출이 나온다.
그는 “복숭아가 맛있는 건 돌아가신 아버지가 과수원 터를 잘 잡아서일 뿐인데 괜히 더운데 먼 길을 왔다”며 인사를 건넸다. 그가 말한 과수원 터의 경쟁력은 높은 경사도다. 비가 와도 물이 고이지 않기 때문에 당도가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의 부친은 1960년대부터 복숭아 과수원을 가꿨다. 장남인 그는 부친이 세상을 떠난 1995년부터 과수원을 이어받아 농사를 짓고 있다. 6600㎡(약 2000평)에 불과하던 과수원을 다섯 배 규모로 늘렸다.
김 대표는 맛있는 복숭아를 키우는 비결에 대해선 특별한 게 없다고 했다. 그저 기본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기본을 지킨다는 것처럼 어려운 일도 없다. 먼저 철저한 열매 솎기다. 봄부터 수확철까지 과일 성장 단계에 맞춰 제때 봉오리 따기(적뢰), 꽃 솎기(적화), 열매 솎기(적과) 작업을 해줘야 최상의 복숭아를 수확할 수 있다. 나무 한 그루가 흡수할 수 있는 양분이 정해져 있는 만큼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상품성이 낮은 과일을 미리 솎아내는 작업이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이다.
대개 과수농가에선 열매 솎기 작업을 1년에 한두 차례밖에 못 한다. 과수원 내 모든 나뭇가지를 일일이 살펴야 하는 고된 작업이어서다. 그러나 김 대표는 1년에 최소 네 차례 이상 한다. 그는 “짧은 나뭇가지에 열매가 하나만 달리면 맛이 없을 수가 없다”며 “과일이 자랄 때부터 잘 선별한 덕분에 상품성이 떨어지는 B급 과일 비중도 5% 정도밖에 안 된다”고 했다. 복숭아 농가의 B급 과일 비중은 평균 10~15% 내외로 알려져 있다.
복숭아 명인이 전하는 ‘복숭아 맛있게 먹는 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너무 차갑게 보관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복숭아는 수확 후에도 실온에서 숙성이 이뤄지는 후숙 과일이다. 숙성 과정에서 신맛이 줄어들고 당도는 높아진다. 김 대표는 “복숭아 같은 후숙 과일은 냉장고보다 그냥 실온에서 보관하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그는 “냉장고에 보관할 경우엔 신문지로 싸두고 먹기 두 시간 전쯤 미리 꺼내 놓으면 단맛이 다시 돌아온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터뷰하는 동안 자신의 농장 얘기보다 농촌의 현실에 대한 얘기를 더 많이 했다. 10여 년 전부터 4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감곡면 오향 5리 이장도 맡고 있어 농촌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다. 김 대표는 “예비 귀농인에 대한 교육이 허술하다”고 했다. 교육생들한테 물어보면 과일과 상관없는 분야로 귀농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요. 귀농인이 정부에서 지원받으려면 의무적으로 100시간 정도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교육시간을 채우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귀농해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키울 작목을 집중적으로 배워야 합니다.” 음성=FARM 홍선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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