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옵션 불가' 천명에 불만 표출한 미국
WSJ "서울이 미국 군사행동 가능성에 경고"
청와대 "한반도 평화 위한 원론적 얘기일 뿐… "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어떤 조치든 한국과 협의할 것"
15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 브리핑에서는 문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미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처음엔 “가정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 질문엔 답하지 않겠다” “미국은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과 대화를 끊임없이 이어갈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때 한국의 허락이 필요한가’ 등의 질문이 계속되자 “김정은 정권의 행동을 우려하고 바라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이것은 북한과 김정은을 바라보는 전 세계와 북한 간 문제”라고 답했다.
북핵 해법을 놓고 한·미가 이견을 노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적 해결 △제재와 대화 병행 △2단계 해법(핵 동결→비핵화)이라는 원칙에 양국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최후의 수단일 뿐이지 군사적 옵션을 포기한다고 선언하진 않았다. 북한과의 대화도 ‘시기상조’라는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노어트 대변인은 “북한이 ‘괌 포위사격을 하지 않을 테니 대화하자’는 것은 어린아이가 ‘쿠키를 훔치지 않을 테니 TV를 사달라’고 조르는 것과 같다”며 “북한은 훨씬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북한과의 대화에 여전히 관심이 있다”면서도 “북·미 대화 여부는 그(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美 주류 언론의 우려
미국 언론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날 뉴욕타임스는 “한국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언사(전쟁 시사 발언)로 놀란 가운데 문 대통령이 미국을 드물게 직설적으로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서울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행동 가능성에 경고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미국의 안보가 위기에 처했을 때 미국이 군사적 공격을 하기 전에 서울의 승인을 받아야 할 법적인 의무가 있는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환구망(環球網)은 16일 ‘미국에 외쳤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 대통령이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인 방식으로 풀어야 하고 미국의 군사행동은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했다”고 보도했다.
◆“확대해석하지 말라”
청와대와 정부는 이상기류 조짐을 일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한·미 동맹을 누차 강조해왔고 이번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원론적 얘기를 했을 뿐인데 비난과 경고로 해석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미 국무부의 반응은 북핵 문제가 세계적인 문제라는 일반론적인 얘기”라며 “문 대통령의 기념사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편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미국은 외교적·경제적 대북 압박 조치를 우선 취해나갈 것”이라며 “어떤 조치가 이뤄지든 사전에 송 장관과 긴밀히 협의해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국방부가 전했다. 송 장관은 “한·미 동맹 강화와 상호보완적 발전을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김채연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