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낸 유홍준 교수
“세계 어느 왕조도 한 도시 안에 궁궐을 5개나 지닌 적은 없었습니다. 일본 교토가 사찰의 도시, 중국 쑤저우가 정원의 도시라면 서울은 ‘궁궐의 도시’입니다. 제 고향이기도 한 서울의 문화유산이 지닌 의미에 자랑과 사랑을 담아 썼습니다.”

누적 판매부수 380만 권에 달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사진)가 ‘서울편’으로 돌아왔다. 1993년 첫 책을 낸 뒤 25년 만에 서울편 1권 ‘만천 명월 주인옹은 말한다’와 2권 ‘유주학선 무주학불’을 내놨다. 1권에서는 조선왕조의 상징인 종묘를 시작으로 창덕궁과 창경궁 등 궁궐의 도시 서울의 매력을 짚었고, 2권에선 한양도성과 성균관, 동관왕묘 등 조선왕조가 남긴 문화유산을 답사한 내용을 담았다.

유 교수는 16일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서양 박물관 관계자들에게 문화 유산 안내를 하다 보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입니까(what happened at this place)’란 질문을 꼭 듣는다”며 “이 책에서 단순히 건물 구조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이곳에서 당시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설명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낸 유홍준 교수
서울편 1권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유형 유산인 종묘 예찬으로 시작된다. 종묘는 조선 역대 제왕과 왕비의 혼을 모신 사당이다. 유 교수는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로마의 판테온, 중국의 천단처럼 세계 모든 민족은 어떤 형태로든 성스러운 건축적 표현을 가득 담은 고유한 신전을 가지고 있다”며 “거기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 조선왕조의 종묘지만 그 문화유산적 가치는 아직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2권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조선 최고의 교육기관인 성균관에 대한 서술이다. 그는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 등 조선시대 지성인치고 성균관을 거치지 않은 이가 없다”며 “책에는 유생이 성균관에 입학하면 방을 배정받는 방법과 신입생 신고식부터 식당 풍경, 시험 커닝하는 방법 등을 자세히 적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서울 답사기를 두 권 더 낼 계획이다. 세 번째 책에서는 인사동, 북촌, 서촌을, 네 번째 책에서는 한강과 북한산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그는 “내 답사기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한국인에게 설명한 내수용 책”이라며 “앞으로 새로운 세대가 한국 문화 유산의 가치와 정신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수출용 문화유산 답사기를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