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세금 대해부] 한국, 상속·증여세 비중 세계 2위…OECD 평균의 4배 수준
한국은 전체 세수 중 상속세와 증여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네 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국의 상속세는 최고세율 50%에다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평가까지 더하면 최고 65%에 달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 상속세 부담 ‘세계 최고 수준’

15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OECD 35개 회원국의 전체 세수에서 상속·증여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으로 평균 0.3% 정도로 추정된다. 반면 한국은 이 비중이 약 1.3%였다. OECD 회원국 중 벨기에(1.6%)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상속·증여세 비중이 1%를 넘는 나라는 벨기에와 한국 외에 일본과 프랑스(각 1.2%)뿐이었다.

상속·증여세 최고세율도 한국은 50%(30억원 초과 시)로 OECD 회원국 중 프랑스(60%), 일본(55%) 다음으로 높았다. 하지만 기업의 최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물려줄 땐 15%의 할증세율이 붙어 최고세율이 65%로 높아진다. ‘징벌적 과세’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현재 상속세 체계는 2000년 세제 개편에 따른 것이다. 당시 상속세제 개편은 누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세 구간이 5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조정됐고 적용 세율은 45%에서 50%로 높아졌다. 한국의 상속세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과거 세원이 불투명한 것과 관련 있다. 처음부터 ‘탈세’ 가능성을 두고 높은 세율을 적용했다는 지적이다. 세원이 비교적 잘 드러나는 지금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상속세, 기업 투자에도 영향”

OECD 회원국 중 현재 상속·증여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22개국이다. 반면 호주와 캐나다, 노르웨이 등 13개국은 상속세가 없거나 폐지했다. 이들 13개국이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상속세가 기업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대주주가 상속세를 납부하느라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있어서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주식을 팔 경우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

상속·증여세에 대해선 이중과세 논란도 제기된다. 피상속인·증여자가 이미 소득세 등을 내고 모은 재산에 대해 다시 세금을 부과한다는 점에서다. 이런 점 때문에 상속세를 부과하는 22개국 중 17개국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소득세 최고세율보다 낮게 유지한다. 미국과 프랑스는 상속세율과 소득세율이 같다. 상속세율이 소득세율보다 높은 나라는 한국, 일본, 헝가리 3개국뿐이다.

특히 한국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50%로 봤을 때도 소득세 최고세율(현재 40%)보다 10%포인트나 높다. 상속을 통한 부의 이전을 불로소득으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상속세 부담 갈수록 커져

한국의 상속·증여세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일 발표한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신고세액공제는 신고기한(상속세 6개월, 증여세 3개월) 내 상속 또는 증여받은 사실을 자진신고하면 세액을 깎아주는 제도다. 현재 신고세액공제율은 7%다. 정부는 그러나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이 신고세액공제율을 내년에 5%, 2019년에 3%까지 낮추기로 했다. 이미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공제율을 10%에서 7%로 낮춘 데 이어 1년 만에 또다시 축소에 나선 것이다.

기업인의 원활한 가업 상속을 돕기 위한 가업 상속 지원제도 역시 공제 조건이 한층 까다로워졌다. 현재는 가업 영위기간이 10년 이상이면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200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지만 올 세법개정안에는 가업 영위기간이 20년 이상일 때부터 300억원을 공제하는 방안이 담겼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