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이드라인이 나왔지만 여전히 불분명한 사항이 많은 것 같습니다. 모호한 경우엔 대출을 요청한 고객을 돌려보내라고 합니다.”

시중은행 본부 여신담당자들은 14일 출근하자마자 전날 금융당국이 내놓은 8·2 부동산 대책 추가 세부지침부터 살펴봤다. 8월3일부터 일선 창구에서 들어온 문의사항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만든 ‘자주 하는 질문(FAQ)’을 일일이 비교해가며 은행 본부 차원의 여신 지침서를 작성할 수 있는지 검토했다.

은행 실무자들은 일부 명쾌하게 정리된 대목도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이 한 건만 있고 담보인정비율(LTV)을 한도만큼 쓰지 않았으면 한도까지 추가대출을 해줄 수 있도록 한 점 등이다. 또 대출규제를 덜 받게 되는 서민 실수요자 요건을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까지 △사려는 주택가격이 6억원 이하일 것 △무주택가구일 것 등으로 완화한 것은 그대로 일선 점포에 전달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출을 취급하기엔 여전히 많은 대목에서 불분명한 사항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일시적 2주택자가 LTV 40%를 받으려면 기존 대출을 ‘즉시’ 상환해야 하는데 ‘즉시’의 시점이 언제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또 많은 사항이 감독규정 개정 이후 시행되는데 2차 가이드라인에서도 감독규정 개정이 언제 이뤄지는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전 영업점에서 공통으로 대출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하려면 전산프로그램을 고쳐야 하는데 감독규정이 개정되지 않고선 어려울 것 같다”며 “감독규정이 바뀌기 이전에 잘못 해석했다가는 나중에 문제될 수도 있어 지금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특히 바뀌는 감독규정이 현재 감독규정과 상당히 다른 것도 있다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현재 감독규정에선 주택담보대출이 한 건이라도 있으면 투기지역 아파트에 대한 신규대출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에선 기존에 주택담보대출이 두 건 있어도 즉시 전액 상환하는 조건이면 신규 대출이 가능하도록 예외를 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해진 규정을 어기고 가이드라인에 맞춰 대출승인을 내줘야 할지 난감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담당자는 “본사에서 참고하라며 30장이 넘는 공문을 보내왔는데 제대로 숙지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대출승인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개별 대출 건마다 본사 대출 심사부에 규제 적용 여부를 문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상미/윤희은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