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기반 회복 불구 노계·병아리 비율 높아

지난 겨울 전국을 휩쓸었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폭등한 계란값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1일 현재 계란 평균 소매가(30개들이 특란 기준)는 7천592원으로, 1년 전 가격인 5천382원보다 2천210원이나 비싸다.
1년 사이 가격이 41.1%나 오른 것이다.

AI 확산세가 한창이던 지난 1월 계란값이 9천원대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많이 내린 셈이지만 여전히 평년에 비해 비싸다.

서울 지역 소규모 슈퍼마켓과 마트 등 일선 소매점에서는 30개들이 계란 한 판 가격이 1만원대에 육박하는 곳도 적지 않다.

주부 신모(35·서울 종로구) 씨는 "올해 초에 비하면 계란값이 약간 떨어지긴 했지만 30개들이 한 판에 5천원대이던 평년에 비하면 여전히 비싸다"며 "AI가 끝난지는 한참 됐는데 계란값은 왜 AI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계란값 고공행진 추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고육지책으로 지난 6월부터 태국산 계란의 수입을 허용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에 들어온 태국산 계란은 약 1천434만개에 달한다.

대부분 가공용으로 판매된 것으로 보인다고 농식품부는 전했다.
AI 발생 전 하루 평균 계란 공급량이 4천300만 개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두 달 남짓한 기간에 1천434만 개가 수입된 태국산 계란 물량이 많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계란값 상승세를 억제하는 심리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계란 생산기반의 정상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산란계 수는 AI 발생 직전 6천900만 마리였는데, 지금은 약 6천600만∼6천700만 마리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산란율이 떨어지는 노계와 입식한 지 얼마 안 된 병아리의 비율이 높아 계란 생산량 자체는 AI 이전과 비교할 때 하루 평균 1천만개 이상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형우 축산관측팀장은 "단순히 산란계 마릿수만 놓고 보면 거의 AI 이전 수준에 근접했지만 입식한 지 얼마 안 된 병아리와 노계 비율이 높아 계란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올해 안에는 계란 가격의 평년 수준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여름철 계란 수요 감소와 산지가 하락 등으로 계란 소매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했는데도 일부 생산업자와 유통업자들이 혼란기에 잇속을 챙기기 위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계란값 하락세가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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