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첫 외국인 CEO 8개월 만에 교체된 까닭
덴마크의 장난감회사 레고가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했다. 전통 블록 장난감만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젊은 수장을 앞세워 디지털 전략을 강화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레고 이사회는 10일(현지시간) 발리 파다 CEO(61)를 퇴진시키고 후임에 덴마크 냉난방 설비업체 댄포스 CEO를 지낸 닐스 크리스티안센(51·사진)을 발탁했다.

파다 CEO는 인도 출신 영국인으로 1932년 레고가 창립 이후 처음으로 선임한 외국인 경영자다. 2002년 레고에 합류해 패킹·물류 등을 담당했다. 지난해 12월 최고운영책임자(COO)에서 CEO로 승진하며 주목받았지만 8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레고가 1년도 안 돼 CEO를 교체한 것은 디지털화 전략에 맞춰 젊은 리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인사를 주도한 요르겐 비크 크누드스토르프 회장은 “파다 CEO의 나이가 많아 후임자를 계속 찾고 있었는데 크리스티안센이 올봄 댄포스를 그만두면서 그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졌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티안센은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으로 전동공구업체 힐티 등을 거쳐 33세에 보청기업체 GN스토어노르드 CEO에 올랐다. 2008년부터 레고 오너가가 소유한 댄포스 CEO를 맡아 글로벌화하며 매출을 두 배로 끌어올렸다. 전통 냉난방 설비업체를 에너지 효율 솔루션기업으로 변신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크누드스토르프 회장은 “파다 CEO 교체는 성과 때문이 아니라 나이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인사가 최근 레고 성장세가 둔화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레고는 크누드스토르프 회장이 CEO를 맡은 2004~2016년 중 10년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구가했지만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비디오 게임과의 경쟁으로 지난해 판매(54억6000만달러) 증가율이 6%로 둔화됐다.

오는 10월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새 CEO의 주된 임무는 디지털화와 글로벌 시장 확대다. 레고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코딩용 블록인 레고부스트와 컴퓨터 게임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레고무비’ ‘레고배트맨’ 후속으로 ‘레고 닌자고’ 영화도 9월 출시된다.

파다 CEO는 오너가가 지분 75%를 들고 있는 레고브랜드그룹(레고의 모회사) 특별고문을 맡아 레고랜드 테마파크사업과 교육용 레고블록 공급 관련 업무를 도울 예정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