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시각 장애인 안내견과 인공지능
필자는 반려견 네 마리를 키우고 있다. 사실 네 마리 강아지를 건사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씻겨야 하고, 산책시켜야 하고, 정기적으로 예방 주사를 맞혀야 한다. 사료도 제때 챙겨 먹여야 하니 비용이 만만찮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주는 기쁨에 비하면 이런 수고는 감수하고도 남는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왔을 때 뛰어나와 나를 반기는 이 아이들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지는 것을 느끼니 정말 가족과 다를 바 없다.

일반인인 필자에게도 반려견의 의미가 이러한데, 시각 장애인에게 안내견의 의미는 남다를 것이다. 얼마 전 접한 ‘시각 장애인 안내를 위한 눈(Guiding eyes for the blind)’이란 안내견 육성 단체의 이야기는 인공지능(AI) ‘왓슨’을 개발하고 보급하고 있는 IBM에 다니는 필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시각 장애인 안내를 위한 눈이라는 단체는 미국에서 7300여 마리의 안내견을 교육해 시각 장애인에게 제공해 온 비영리단체다. 시각 장애인 안내견은 시각 장애인의 안전을 책임지는 만큼 선발에서부터 교육까지 매우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엄격한 훈련을 통해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짖지 않는 인내력과 관심을 끄는 사물이 있어도 시각 장애인 안내에만 몰두하는 집중력을 기르게 된다.

한 마리의 안내견을 훈련하려면 20개월 이상 걸린다. 비용도 5만달러(약 5600만원) 넘게 든다고 한다. 그러나 훈련을 마치고도 안내견 자격을 갖게 되는 강아지의 비율은 약 30%에 그친다고 한다. 그래서 이 단체는 안내견 공급을 늘리기 위해 왓슨을 활용하기로 했다. 왓슨의 도움으로 이 비율이 최소 20%포인트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50만 건이 넘는 유전자 정보와 건강 기록, 6만5000건 이상의 기질 기록을 왓슨으로 분석해 성공적으로 훈련을 마칠 수 있는 강아지를 선별하는 방법이 쓰인다. 또 왓슨의 기능 가운데 텍스트를 읽고 성격을 분석하는 기능, 자연어를 이해하고 분류하는 기능 등을 통해 시각 장애인의 특성을 분석하고 안내견과 시각 장애인을 좀 더 효과적으로 짝지을 수 있는 패턴을 찾아내게 된다.

시각 장애인에게 눈과 발이자, 마음을 위로하는 가족을 만들어주는 일. 인공지능을 인간 대체나 일자리 상실로 연결해 걱정하는 사람이 많지만, 필자가 인공지능의 미래를 낙관하는 이유는 이처럼 더 많은 사람이 더 행복한 삶을 누리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장화진 < 한국IBM 사장 kgm@kr.ib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