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건 < 대신증권 연구원 >
◆손해율 개선 내년에도 이어져
손해보험 상위 4개사의 올해 상반기 합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9.8% 증가했다. 삼성화재의 본사 사옥 매각이익 등 비경상 요인이 반영됐지만 손해율 개선이라는 근본적인 수익성 개선이 동반됐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실적으로 평가된다. 손해율이란 고객이 낸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의 비율로, 낮을수록 보험사의 수익성이 좋아졌다는 뜻이다.
올 상반기 손해율은 전년 동기 대비 2.5%포인트 개선됐다. 자동차보험 4.1%포인트, 일반보험 4.9%포인트, 장기보험 1.7%포인트 등 모든 보험상품의 손해율이 하락했다. 특히 손해보험사 실적에 장기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던 장기 위험손해율은 4개사 평균 3.7%포인트 개선됐다. 장기 위험손해율은 실손보험 손해율에 큰 영향을 받는 부분으로 연초에는 손해율 하락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감이 낮았던 부분이다.
◆보험료 인상 긍정적 작용
손해율은 2015년 3분기부터 점진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했다. 1차적 요인은 보험료 인상이다. 자동차보험은 2008년, 2012년 두 번의 보험료 인하 이후 손해율이 크게 상승했고 2014년과 2016년 보험료 인상이 단행됐다. 장기보험은 2009년 이후 5년 동안 실손담보의 보험료 인상이 이뤄지지 않아 2013년 이후 손해율이 크게 상승했고 이에 따라 2015년 이후 매년 보험료를 인상했다. 그 결과 자동차 및 장기 위험보험료 증가율이 회복될 수 있었다. 2차적 요인은 규제 강화 및 고객의 인식 변화로 보험금 청구율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외제차를 소유했다 하더라도 차 사고가 난 뒤 차를 빌릴 때 동급의 국산차를 빌리도록 한 점, 경미한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과잉 청구하지 못하도록 세부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손해율 개선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보험은 보험료 인상 효과가 매출에 대부분 반영됐고 2017년 보험료 인하가 단행되면서 보험료 측면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손해액 관련 통제가 유지되면서 소액 청구건수 증가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 1~2%의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의 손해율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장기 위험손해율은 보험료 인상 효과가 평균 4년 동안 나눠 반영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2018년에도 위험보험료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기조에서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적극적 통제 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비급여 의료비 관리가 강화되면 그만큼 환자의 보험금 과잉 청구가 줄어들 수 있어 보험사 수익성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공적 의료보험 역할 강화는 손보사에 부정적
한국의 높은 보험 침투율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의 건강·생존 담보 관련 보험상품 판매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배경은 공적 의료보험의 보장금액이 적다는 점 때문이다. 국민이 직접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의료비 부담이 컸기 때문에 사적보험 가입이 이어졌다. 하지만 공적보험의 의료비 보장성 비율 확대는 결국 사적보험 가입 필요성 축소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 잠재적 보험 수요 감소로 나타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 문제와 비급여 의료비 부담이 큰 현재 시스템을 감안할 때, 급진적인 공적보험의 보장성 비율 확대가 빠르게 현실화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성장 측면의 부정적 영향 또한 점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영향
국내 보험업계는 보험 부채에 대한 회계기준 변경, 이를 반영한 새로운 지급여력제도 도입을 앞두고 있다.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과거 보험계약에 대한 부담이 보험부채 증가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금리 리스크를 축소하기 위한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매칭 중요성은 계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제도 연착륙을 위해 감독당국은 기존 RBC제도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건 보험사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계약 만기가 짧은 손보사들은 비교적 부담이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승건 < 대신증권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