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땅도 좁고 바람도 안 분다. 솔직히 신재생사업을 하기가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님비(기피시설 반대) 현상이다. 주민 민원이 장난이 아니다.”

“육상풍력은 대부분 산에다 하는데 나무 벌목도 힘들고, 거기까지 올라가는 진입로를 만들기 위한 부지 확보도 힘들다. 해상 풍력을 하려면 ‘돌고래가 사는 데 문제가 된다, 철새가 피해를 입는다’고 반대하는 환경단체도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사업을 하는 기업들에서 나오는 얘기다. 이들은 원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 비중을 높이겠다는 문재인 정부 정책을 환영하면서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현재 5% 미만인 신재생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높이겠다고 했다. 현재 신재생 발전설비는 해마다 1.7GW가량 늘어난다. ‘2030년까지 20%’에 도달하려면 이를 연평균 3.7GW로 끌어올려야 한다.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 수립에 관여한 전문가조차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쉽지 않다”고 유보적인 모습을 보였다.

신재생 발전이 어려운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우선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휘둘린다. 아무리 뛰어난 태양광 설비도 한밤중에는 무용지물이고 첨단 풍력발전기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있으나마나다. 그래서 실제 발전량보다 훨씬 많은 설비를 지어야 한다. 지난해 원전과 석탄발전소는 설비 대비 가동률이 77%와 72%였지만 태양광은 12%, 풍력은 18%였다.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원전 1기만큼 전기를 생산하려면 설비를 4~6배 더 지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 12월 “태양광과 원전의 가동률을 감안할 때 1GW급 원전 1기에 해당하는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6GW의 태양광 설비가 필요하다”는 자료를 내기도 했다.

이는 자연히 부지 문제로 이어진다. 한국원자력재단에 따르면 1GW 발전설비를 국내에 짓는 데 필요한 부지는 원전이 60만㎡지만 태양광은 이보다 73배 넓은 44㎢, 풍력은 336배인 202㎢가 필요하다. 그런데 좁은 국토와 농지 보전 정책으로 개발 가능한 입지는 많지 않다.

규제도 만만치 않다. 한 태양광 업체는 적합한 땅을 확보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인허가를 요청했지만 ‘도로·주거지역과 거리가 500m 이상이어야 한다’는 이격거리 규제에 막혀 사업 불허 통보를 받았다.

폐기물이나 폐목재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은 현재 국내 신재생 발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화력발전소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자재를 태워 없애야 신재생에너지로 의미가 있는데 국내 바이오매스 발전사는 대부분 해외에서 폐자재를 수입해 쓰기 때문이다. 바이오매스가 석탄발전소보다 환경유해물질을 더 많이 배출한다는 지적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주민 민원이다. 신재생업계 관계자는 “주민이 반대하면 부지 확보부터 인허가까지 모든 게 뒤틀릴 수 있고 사업 기간도 무한정 길어진다”고 했다.

신재생 발전을 확대하는 건 세계적 추세고 우리도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게 사실이다. 탈원전, 탈석탄을 하면 그 공백을 신재생에너지가 메울 수 있을지, 그 시기는 과연 언제쯤이 될지, 에너지 안보는 이상이 없는지, 전기값은 얼마나 오르는 건지 답답해하는 국민이 많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백지화를 놓고 초기에 찬성 쪽에 쏠린 여론이 지금은 찬반 양론으로 팽팽하게 나뉜 건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다.

주용석 경제부 차장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