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총수대행' 권오현, 국내외 행보 '분주'… 역할 한계 지적도
청와대 간담회 등 공식 일정에 해외 비공개 순방 등 소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오랜 와병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수감으로 사실상 '총수 대행' 역할을 맡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와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현 정부 출범 이후 권 부회장은 각종 공식 행사에 그룹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는 것은 물론 비공식적으로 외국을 방문해 사업 협상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너'가 아닌 반도체 전문 최고경영자(CEO)로서 특히 외국을 방문할 때 그룹을 대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권 부회장은 최근 유럽 방문 중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독일 정부가 추진하는 전자정부 사업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면담은 독일 정부가 전자정부 구축을 위해 고품질의 보안솔루션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보 유출 우려가 있는 미국이나 중국 업체보다는 삼성전자의 조언을 요청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권 부회장은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비공식 회동을 하고 4차 산업혁명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애플 본사를 직접 찾아 아이폰 신제품에 삼성전자 반도체를 공급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삼성이나 애플은 이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다.

권 부회장은 지난 6월 말에는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한 조찬 행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글로벌 IT 생태계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국내에서도 그는 각종 공식 일정에 '삼성그룹 대표' 자격으로 잇따라 참석하고 있다.

지난 6월 1일 제27회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달 23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 그룹 대표 간담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달에는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제품 출하식(4일),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15대 기업 대표 간 정책간담회(18일), 문재인 대통령의 기업인 대화(28일) 등에도 잇따라 참석했다.

이밖에 문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 때는 방미 경제인단에 포함돼 '한·미 비즈니스 서밋'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재계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해외에서 만나는 인사들은 정상급이거나 기업 오너가 대부분"이라면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그룹 경영 전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대행' 역할을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입사할 때부터 반도체 부문만 다뤄온 전문경영인이기 때문에 그룹 철학이 담긴 전략적 판단을 하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