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송은 기아차 노조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휴일수당 등을 다시 계산해달라”며 2011년엔 집단소송을, 2014년엔 대표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고용부 해석과 노사 간 암묵적 합의에 따라 통상임금을 산정했던 기아차는 갑작스런 노조의 소송 제기로 7년째 발목이 잡혀 있다. 어제 법원은 17일로 잡았던 판결일정을 추가 심리 등을 위해 연기했다.
노조 주장대로라면 회사 측은 평균연봉이 9600만원인 3만여 생산직 근로자에게 평균적으로 1억1000만여원씩 줘야 한다. 3조원이 넘는 규모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7868억원인 기아차는 한순간에 적자 기업으로 전락하게 된다.
회사 측은 “노사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전제 아래 임금협상을 했는데, 노조가 ‘말바꾸기’를 통해 신뢰기반을 무너뜨리고 소송을 제기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노조 요구를 반영해 임금을 올려온 것은 상여금을 제외한다는 합의에 기반한 것으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했다면 임금인상폭도 달라졌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통상임금 판결은 노사 간 합의를 존중하는 ‘신의성실의 원칙’, 즉 ‘신의칙(信義則)’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도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노사가 합의했고 △근로자의 청구를 인용하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될 경우에는 신의칙을 적용해야 한다며 통상임금 확대 청구를 제한했다.
통상임금 소송은 기아차뿐 아니라 전 산업에 걸친 문제다. 그런데도 대법원이 제시한 ‘신의칙’을 법원마다 조금씩 다른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법원이 일관된 판결을 내놓지 않으면 소송 대란이 일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