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경찰 지휘부의 이상한 폭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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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진 지식사회부 기자 apple@hankyung.com
“솔직히 믿기지도 않고, 부끄럽기만 합니다.”
경찰 내부가 온통 뒤숭숭하다. 경찰 최고위층인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전 광주경찰청장)이 ‘이상한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어서다. 둘의 공방이 시작된 것은 지난 7일이다. 이 청장이 촛불집회를 비하하고 광주가 ‘민주화 성지’라는 표현을 삭제토록 지시했다며 강 학교장이 조직의 수장을 공격하고 나왔다. 그러자 이 청장이 ‘강 학교장이 백남기 농민 노제를 앞두고 해외 휴가를 가려고 했다’며 맞대응하고 나섰다.
강 학교장과 함께 근무한 현직 경찰관도 언쟁에 가세했다. 그는 이 청장의 ‘갑질’을 고발하고 나선 강 학교장의 ‘갑질’을 폭로했다.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 양상이다. 일선 경찰관들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기강 해이도 부끄러운 일인데, 최고 지도부들이 논란의 중심에 선 사태를 어찌 이해해야 하느냐며 한숨이다.
폭로전의 배경에는 인사에 대한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이 청장을 제외한 모두 본인이 상대방에게 ‘보복성·문책성 인사’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이 청장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가 폭로전을 키운 까닭이 본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급기야 초유의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청 감사관실은 8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강 학교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한 시민단체는 이 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경찰 수뇌부 갈등이 수사로 이어진 것은 경찰 창설 이래 처음이다.
경찰은 최근 수개월간 어느 조직보다 바쁘게 일해왔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중요한 이슈를 앞두고 연일 인권·민생·치안경찰 대책과 개혁안을 쏟아냈다. 그런데도 해결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경찰력 행사가 정권 입맛에 맞춰 좌우되진 않을지, 경찰 수사력을 믿을 수 있는지 여전히 의심하는 이들을 설득시키기도 부족한 시간이다.
내부 기강조차 바로잡지 못하는 경찰 지도부 스스로가 개혁의 진정성에 찬물을 끼얹었다. 현장에서 치안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일선 경찰관만 부끄러운 게 아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도 맥빠지는 일이다.
이현진 지식사회부 기자 apple@hankyung.com
경찰 내부가 온통 뒤숭숭하다. 경찰 최고위층인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전 광주경찰청장)이 ‘이상한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어서다. 둘의 공방이 시작된 것은 지난 7일이다. 이 청장이 촛불집회를 비하하고 광주가 ‘민주화 성지’라는 표현을 삭제토록 지시했다며 강 학교장이 조직의 수장을 공격하고 나왔다. 그러자 이 청장이 ‘강 학교장이 백남기 농민 노제를 앞두고 해외 휴가를 가려고 했다’며 맞대응하고 나섰다.
강 학교장과 함께 근무한 현직 경찰관도 언쟁에 가세했다. 그는 이 청장의 ‘갑질’을 고발하고 나선 강 학교장의 ‘갑질’을 폭로했다.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 양상이다. 일선 경찰관들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기강 해이도 부끄러운 일인데, 최고 지도부들이 논란의 중심에 선 사태를 어찌 이해해야 하느냐며 한숨이다.
폭로전의 배경에는 인사에 대한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이 청장을 제외한 모두 본인이 상대방에게 ‘보복성·문책성 인사’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이 청장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가 폭로전을 키운 까닭이 본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급기야 초유의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청 감사관실은 8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강 학교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한 시민단체는 이 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경찰 수뇌부 갈등이 수사로 이어진 것은 경찰 창설 이래 처음이다.
경찰은 최근 수개월간 어느 조직보다 바쁘게 일해왔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중요한 이슈를 앞두고 연일 인권·민생·치안경찰 대책과 개혁안을 쏟아냈다. 그런데도 해결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경찰력 행사가 정권 입맛에 맞춰 좌우되진 않을지, 경찰 수사력을 믿을 수 있는지 여전히 의심하는 이들을 설득시키기도 부족한 시간이다.
내부 기강조차 바로잡지 못하는 경찰 지도부 스스로가 개혁의 진정성에 찬물을 끼얹었다. 현장에서 치안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일선 경찰관만 부끄러운 게 아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도 맥빠지는 일이다.
이현진 지식사회부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