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이상 약물을 더한 복합제제가 국내 제약사들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복합제는 한 알만 먹어도 되기 때문에 복용하기 편하고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많은 약을 한꺼번에 먹어야 하는 합병증 환자, 약을 챙겨 먹기 힘든 치매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 노약자, 영유아에게 유용하다. 의료진이 처방하기 편리하고 치료 효과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성분 약을 섞으면 간섭 작용이 생겨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효능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약물 특성에 따라 체내에서 용해되는 속도, 흡수되는 장소가 달라서다. 이 때문에 제약사들은 각 성분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면서 하나의 제형에 담는 기술을 개발해 성과를 내고 있다.
'알약 속에 알약'… 제약업계, 복합제 개발경쟁
◆알약 속에 알약

한국유나이티드 ‘아트로멕’
한국유나이티드 ‘아트로멕’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지난 6월 알약 속에 알약을 온전한 형태로 넣는 ‘콤비젤 기술’로 국내 특허를 받았다. 오메가3 지방산 에스테르를 함유한 연질 캡슐 안에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 계열의 약물이 포함된 정제를 삽입한 기술이다. 두 가지 약을 함께 복용하면 효과가 좋아 병용 처방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특이한 점은 두 약물의 제형이 그대로 유지돼 육안으로 확인된다는 것이다. 시중에 나온 복합제제는 오메가3 알약의 표면에 스타틴 계열 약물을 얇게 입혀 만든다. 이 경우 기존 알약보다 표면적이 커지고 스타틴 약물이 수분과 공기에 노출돼 안정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콤비젤 기술은 스타틴 약물의 외부 접촉을 완전히 차단해 안정성이 높고 함량 저하도 막을 수 있다”며 “스타틴 약물이 적정 시간 내 붕해(崩解)돼 위산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과 투명한 캡슐 안에 알약이 보여 시각적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특허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대량 생산을 위해 협력업체와 제조 기계도 개발했다. 붕어빵을 만드는 것처럼 연질 캡슐의 껍질 안에 알약을 넣고 봉합해 찍어내는 방식이다. 콤비젤 기술과 제조 기계는 국제 특허인 특허협력조약(PCT)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오메가3와 아토바스타틴을 합친 고지혈증 복합제의 임상 3상 승인을 받았고 2019년 개량신약 아트로멕을 출시할 계획이다.

◆캡슐 안에 ‘과립+정제’

한미약품 ‘구구탐스’
한미약품 ‘구구탐스’
한미약품도 복합제제 기술인 ‘폴리캡(poly-cap)’을 활용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폴리캡은 하나의 캡슐에 2종 이상의 성분을 분리된 제형으로 담는 기술이다. 한미약품은 작년 말 폴리캡 설비를 도입하는 데 약 40억원을 투자했다. 이 기술을 적용한 첫 제품은 작년 12월 출시한 전립선비대증과 발기부전치료 복합제 구구탐스캡슐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에 쓰이는 탐스로신은 서서히 방출되는 과립형이고 발기부전 치료 성분인 타다라필은 빠르게 방출되는 정제인데 두 성분의 방출 패턴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상호 작용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에는 골다공증 치료제에 비타민D를 폴리캡 기술로 합치면서 알약 크기를 줄인 ‘라본디 캡슐’도 선보였다. 한미약품은 앞으로 개발하는 복합제에 폴리캡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특정 성분을 함유해 복합제를 만들기도 한다. 유유제약은 지난 3월 탈모와 발기부전치료제의 복합 캡슐 제조방법 특허를 등록했다. 탈모 치료 성분인 두타스테리드의 용해성을 증가시키고 발기부전치료 성분인 타다라필의 안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방산을 투입하는 기술이다. 이를 활용한 복합 신약은 임상1상에 들어갔다. 남성 노화 질환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고령화로 환자가 복용하는 약물 개수가 늘면서 복합제 개발은 필수가 됐다”며 “병용 투여 사례를 축적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복합제제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조합의 개량 신약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