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보호자·의료진도 모르는 비율 60% 넘어
의료계 일각 "시범사업 통해 문제점 보완" 주장

임종을 앞두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게 한 '웰다잉법'의 시행이 내년 2월로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여태껏 직접 이해당사자인 환자·보호자·의료진조차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해 시행과정에서 혼선이 우려된다.

시행착오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 시행에 앞서 시범사업을 먼저 실시해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제안도 의료계 일각에서 나온다.

8일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인식도 조사 및 홍보 전략 개발' 보고서(최영순 센터장, 태윤희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 3월 20일∼4월 4일 만 19세 이상 1천명(의료진 250명, 환자와 보호자 250명, 일반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니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는지에 대해 조사 대상자 대부분이 모르고 있었다.

조사집단별로 살펴보면, 일반인 집단에서 84.4%가 모르고 있었고, '알고 있었다'는 답변은 15.6%에 불과했다.

심지어 의료진 집단에서조차 웰다잉법의 시행을 알고 있는 경우는 33.6%에 그쳤다.

몰랐다는 의료진이 66.4%에 달했다.

환자와 보호자 집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연명의료 결정법이 시행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환자와 보호자는 37.2%였고, 몰랐다는 답변이 62.8%에 이르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웰다잉법의 안착에 필수적인 서류라 할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에 대해 많은 응답자가 들어본 적조차 없다고 할 정도로 매우 낮은 인지도를 보였다.

새 제도 정착에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설문조사결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알고 있는 비율은 의료진 38.8%, 환자와 보호자 33.2%, 일반인 20.4% 등에 머물렀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건강할 때 미리 작성해 정부가 지정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통해 등록해두면, 죽음이 임박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는 의학적 판단이 내려졌을 때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다.

연명의료는 인공호흡기·심폐소생술·혈액투석·항암제 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로, 의료계 일각에서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 환자에게는 고통만 가중하는 의미 없는 행위가 된다고 지적해왔다.

만약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쓰지 못한 상태에서 중증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경우에는 환자가 담당 의사에게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 서류는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하고 환자의 확인을 받아 작성하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같은 법적 효력을 가진다.

이처럼 연명의료 중단법에 대한 인식이 낮다 보니 실제 의료현장에서 적용할 때환자·보호자와 의료진 사이에 불필요한 오해와 마찰이 빚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를 비롯해 13개 의학회는 현재의 연명의료 결정법 하위법령은 기준이 모호하고 오히려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는 국내 의료계 실정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2월 시행 '웰다잉법' 안착할까…일반인 84% 몰라 혼선우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